폭발물 퇴적물 분석 결과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이승헌 교수·양판석 박사 공동 보고서 입수
합조단 폭발물질로 발표한 에너지 분광기 그래프
알루미늄 산화물 아닌 ‘깁사이트’ 분자 비율과 유사
합조단 폭발물질로 발표한 에너지 분광기 그래프
알루미늄 산화물 아닌 ‘깁사이트’ 분자 비율과 유사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이 ‘어뢰 폭발의 결정적 증거’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폭발 물질 성분 분석 결과가 단순 점토 물질에서 나타나는 성분과 비슷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물리학)와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과학과 분석실장 양판석 박사는 6월30일 <한겨레21>에 보낸 보고서를 통해 “합조단이 지난 5월20일에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합조단이 폭발 물질이라고 발표한 에너지 분광기의 그래프는 폭발 결과물인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아니라 풍화작용에 의해 일반적으로 형성되는 점토 물질인 ‘깁사이트’(Gibbsite·수산화알루미늄·Al(OH)3)”라고 밝혔다.
이 교수와 양 박사의 공동보고서를 보면, 에너지 분광기 분석 결과에 나타나는 분자 비율을 통해 해당 물질이 무엇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데, 합조단 분석 결과에 나오는 알루미늄과 산소의 비율은 (알루미늄을 1로 했을 때) 선체 흡착 물질 0.92, 어뢰 파편의 흡착 물질 0.9 정도로, 이는 알루미늄 산화물(0.23)이 아닌 깁사이트(0.85)와 유사하다는 것이다(그래프 참조). 두 연구자가 발표한 알루미늄 산화물과 깁사이트의 알루미늄-산소 비율은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에너지 분광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산출한 값이다.
지난 6월24일 양 박사는 “천안함의 흡착 물질은 알루미늄과 산소 비율로 볼 때 (폭발의 결과물인) 알루미늄 산화물로 볼 수 없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한겨레21> 817호 이슈추적 ‘다시 “어뢰 폭발물질은 없다”’ 기사 참조). 이에 대해 합조단은 6월29일 기자협회·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를 상대로 한 설명회에서 “양 박사가 흡착 물질의 시료 안에 수분이 40% 정도 포함돼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동 연구자인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에너지 분광기 실험은 진공상태에서 이뤄진다. 합조단이 말하는 수분이 존재한다는 것은 에너지 분광기 실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수분이 존재한다는 합조단의 해명은 결국 합조단이 분석한 물질이 알루미늄 산화물과는 다른 물질임을 말해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합조단이 말하는 수분이라는 것은 깁사이트로 존재하는 수소와 산소를 착각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이 교수는 “선체 흡착 물질과 어뢰 파편의 흡착 물질은 공개하면서 폭발시험에서 나온 물질은 공개하지 않는 것 자체가 실험 조작이라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합조단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의 요청에 따라 선체 흡착 물질과 어뢰 파편의 흡착 물질은 제공하기로 했지만 수중폭발 실험에서 나온 물질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이슈천안함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