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통신비 인하 누구 말이 맞아? ‘공약 실행자’들이 명심해야 할 한가지

등록 2017-06-12 17:47수정 2017-06-13 10:07

정치BAR_윤형중의 윤중로산책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지난 4월 11일 오전 경남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 정책시리즈 4탄으로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 8대 정책'을 발표한 뒤 지지자들과 함께 휴대전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지난 4월 11일 오전 경남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 정책시리즈 4탄으로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 8대 정책'을 발표한 뒤 지지자들과 함께 휴대전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7일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통신요금 기본료 폐지’가 2세대, 3세대 통신망 사용자와 엘티이(LTE)망 이용자 일부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기본료 폐지가 모든 이동통신 소비자에게 적용된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며 ‘공약후퇴’ 논란이 불거졌다. 공약을 정책으로 현실화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재원 문제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공약을 실천하는 이들이 취해야 할 태도다.

_______
공약후퇴에 ‘궤변’으로 대응한 박근혜 정부

박근혜 정부에서 공약파기 논란이 일었던 첫 번째 사안은 기초연금이었다. 만65살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주겠다던 기초연금 ‘공약’이 인수위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겠다는 ‘국정과제’로 바뀌었고, 정부 출범 이후엔 아예 소득 상위 30%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70%에겐 국민연금 수령액과 연계해 지급하겠단 ‘정책’으로 후퇴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공약이 후퇴되는 일련의 과정보단, 정부의 정직하지 못한 태도였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할수록 기초연금액을 깎는 방식을 택했음에도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할수록 손해가 아니다”란 입장으로 일관했다. 이런 입장은 사실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할수록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초연금이 삭감되는 수준보다 더 크게 늘어나) 총연금액이 커져 손해가 아니란 논리를 내세웠다. 문제는 괄호에 넣은 내용을 의도적으로 뺀 설명을 반복하며 국민들의 오해를 유도했다는 점이다. 궤변으로 비판을 막으니 설명은 빈약해졌고 소통은 가로막혔다. 이런 일이 박근혜 정부에선 여러차례 반복됐다.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013년10월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반드시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013년10월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반드시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_______
통신요금 기본료 폐지를 둘러싼 오해

촛불 민심이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는 전임 정권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진 여러 면에서 그 기대에 부합하는 국정운영을 하고 있으나, 우려스러운 대목도 있다. 통신요금 기본료 폐지와 누리과정 국고 지원이라는 두 사안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오해를 양산하거나 방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통신요금 기본료 폐지는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의 이개호 위원장과 최민희 자문위원이 최근들어 여러차례 “현재 기본료는 투지(2G)와 쓰리지(3G) 가입자와 엘티이(LTE) 일부 가입자에게만 있다. 그걸 폐지하는 것이 공약”이라고 발언했다. 이는 명백히 공약을 오독한 것이다.

지난 4월11일 통신요금 기본료 폐지 공약이 발표될 당시에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설명자료.
지난 4월11일 통신요금 기본료 폐지 공약이 발표될 당시에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설명자료.

문재인 대통령은 통신요금 공약을 발표한 지난 4월11일 본인의 공식 블로그에 “기본료 개념은 2G의 경우 ‘기본료’ 속에, 3G는‘표준요금제’ 속에, 그리고 4G(LTE)부터는 정액요금제 속에 숨어 있다. 흔히 기본료라고 하면 2G 가입대상자인 350여만 명만을 대상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기본료가 ‘1인당 1만1천원’으로 “2G부터 LTE까지 모두 동일”하다고 밝혔다. 이런데도 여러 언론이 이 위원장과 최 위원의 발언대로 공약의 의미를 호도하거나, 혹은 이런 발언이 미래부와 통신사에 보내는 일종의 타협책이란 해석을 담아 보도했다. 국정기획위는 잘못된 보도를 바로 잡거나 타협책이란 해석에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정부가 진정 부처와 업계에 타협책을 제시할거면, 공약을 문자 그대로 지키기가 왜 어려운지, 공약의 취지를 살리려면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를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밝히고 설명할 의무가 있다. 공약후퇴란 비판이 두렵다고 피해갈 일이 아니다.

_______
누리과정 국고지원은 4조가 아니라 2조원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의 국고 지원도 비슷한 경우다. 국정기획위는 지난달 25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국고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날 꽤 여러 언론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포괄한 전체 누리과정 예산 4조원을 중앙정부가 부담한다는 잘못된 보도가 나왔다. 물론 이런 잘못된 보도의 책임은 정부가 아닌 언론에게 있다. 하지만 정부가 누리과정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나뉘어져 있고, 중앙정부는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2조원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친절하게 설명하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시·도교육감 간담회’에서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오른쪽 셋째) 등 참석자들이 교육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시·도교육감 간담회’에서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오른쪽 셋째) 등 참석자들이 교육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오해는 국정기획위가 방조한 측면도 있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달 26일 총회를 열어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도 중앙정부가 부담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 협의회의 회장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9일 국정기획위 건물의 정문에서 기자들에게 “누리과정과 관련한 약 4조원의 예산이 그동안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교부금에서 충당됐기 때문에 (유치원 누리과정 지원금까지) 전액 국고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이재정 교육감을 접견한 자리에서 “그동안 마음 고생 많은 누리과정은 국가가 책임지기로 발표했다”고 말했고, 이 자리에서 이 교육감은 누리과정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 상황을 언뜻 보면 중앙정부가 모든 누리과정 예산을 부담하는 결단을 내린 것처럼 오해하기가 쉽지만, 국정기획위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만 부담한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한국의 정치환경에서 공약을 그대로 지키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어차피 안 지켜도 되는 공약이라는 자조적 문화가 만연하니, 애초에 비현실적인 공약들이 난무한다. 선거 이전에 현실 가능한 공약들로 충실한 토론이 이뤄지는 정치문화에 이르는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 첫걸음은 선거 이후에라도 솔직한 자세로 국정에 임하는 것이 아닐까. 솔직한 자세로 비판을 대하면, 충분한 설명이 불가피하고, 소통은 원활해질 수밖에 없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 정치BAR 페이스북 바로가기
◎ 정치BAR 텔레그램 바로가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조국 만났나요?”…구치소 ‘세기의 만남’ 가능성 관심 1.

“윤석열·조국 만났나요?”…구치소 ‘세기의 만남’ 가능성 관심

윤석열 “탄핵소추 되고 보니 이제야 대통령이구나 생각 들어” 2.

윤석열 “탄핵소추 되고 보니 이제야 대통령이구나 생각 들어”

[단독] 용산 ‘역술인’ 행정관 있었다…“윤석열 궁합, 직원 사주 봐” 3.

[단독] 용산 ‘역술인’ 행정관 있었다…“윤석열 궁합, 직원 사주 봐”

윤석열 체포 때 김건희는…“안됐더라, 얼굴 형편없더라” 4.

윤석열 체포 때 김건희는…“안됐더라, 얼굴 형편없더라”

윤석열의 첫 구치소 삼시 세끼, 아침은 시리얼·점심엔 자장면 5.

윤석열의 첫 구치소 삼시 세끼, 아침은 시리얼·점심엔 자장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