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두차례의 시도 끝에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실용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세계 일곱번째 국가로 발돋움하게 됐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1일 오후 5시10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어 “누리호가 오후 3시59분 59.9초에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발사돼 15분45초 동안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어 “누리호는 발사 14분35초(875초) 만에 성능검증위성을, 70초 뒤에는 위성모사체(더미위성)를 궤도 700㎞ 상공에 초속 7.5㎞의 속도로 투입하는 임무를 완수했다”고 덧붙였다.
누리호는 독자 개발한 한국형발사체로, 이번 발사 성공은 한국이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는 1단 엔진이 러시아에서 구입한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자력 발사 능력 보유국으로는 열번째, 무게 1t 이상의 실용급 위성 발사 능력으로는 러시아,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일곱번째 국가로 올라섰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1일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고흥/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영상회의실에서 누리호 발사 성공을 확인한 직후 연구진과 한 화상 연결에서 “대한민국 땅에서 우주로 가는 길이 열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종호 장관으로부터 최종 성공을 보고받고 양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30년 동안의 지난한 도전의 산물이었다”며 “이제 우리 대한민국 국민, 그리고 우리 청년들의 꿈과 희망이 이제 우주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 항공우주 산업이 이제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국가로, 우주 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며 “정부도 항공우주청을 설치해 항공우주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누리호는 애초 15일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강풍 때문에 하루 미뤄졌고, 16일 발사도 1단 산화제탱크 레벨센서 이상으로 다시 연기됐다. 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발사일을 21일로 다시 잡고 하루 전인 20일 아침 7시20분 누리호를 발사체종합조립동에서 제2발사대로 이동해 기립 작업을 했다. 21일에는 각종 전기·전자 장비 등을 점검하고 연료와 산화제를 충전했다. 오후 3시50분에 발사자동운용(PLO)에 들어간 누리호는 10분 뒤인 오후 4시에 발사됐다.
발사 2분3초 만에 1단을 분리한 누리호는 3분47초에 페어링, 4분29초에 2단을 분리한 뒤 3단 로켓으로 고도 700㎞까지 비행했다. 발사 13분 뒤 목표 궤도(665∼735㎞)에 도달한 누리호는 발사 14분여 뒤 성능검증위성(168㎏)을, 15분여 뒤에 위성모사체(1.3t)를 초속 7.5㎞의 속도로 분리해 궤도에 투입함으로써 임무를 완수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한다. 우리나라가 많은 발전을 했지만 현재 주춤하는 시기에 우주를 통해 도전적이고 큰 꿈을 꿨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누리호로 첫발을 떼었다. 우주로 나갈 길이 열렸고, 무엇을 할지, 후속 개발을 어떻게 할지, 이제 시작이다. (누리호를 계기로) 꿈나무들이 과학기술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흥(나로우주센터)/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