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누리호의 발사대 기립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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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가 오늘 다시 우주를 향해 솟아 오른다. 지난해 6월 2차 시험발사 성공에 이은 3차 발사이지만 실용위성을 운반하는 고유 임무를 띤 ‘실전 발사’로는 처음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3일 오전 11시33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높이 47.2m(아파트 15층 규모), 무게 17.5톤의 누리호를 수직으로 세워 고정하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누리호는 이에 앞서 이날 오전 7시20분 우주센터 종합조립동에서 완전 조립된 상태에서 무인특수이동차량에 실려 발사대로 이송됐다.
누리호는 발사대에 세워진 채로 24일 발사운용 최종 점검을 통과하면 추진체인 케로신과 액체산소, 추진체 탱크 가압용 헬륨을 채우게 된다. 발사 진행이 결정되면 발사 10분 전부터 발사자동운용(PLO) 단계로 들어가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1단 엔진이 추력 300t에 도달하면 이륙한다.
발사 준비가 끝난 상태에서 마지막까지 발사를 좌우하는 변수는 날씨다. 특히 비는 와도 괜찮지만 문제는 바람이다. 지상풍이 평균풍속 15㎧ 이상·순간최대풍속 21㎧ 이상이거나, 발사체의 하중조건을 초과할 수 있는 고층풍이 있으면 발사가 어렵다. 하지만 이번 누리호 발사에 날씨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전망이다. 기상청은 24일 나로우주센터 지역의 풍속이 1~4㎧에 그칠 것으로 예보했다. 누리호의 발사 시간은 24일 오후 6시24분으로 잠정 결정됐다. 하지만 실제 발사 시간은 이날 오후 1시30분 열리는 발사관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우주를 향한 누리호의 세번째 도전에는 위성 8기가 함께한다. 주탑재위성은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한 차세대 소형위성 2호이다. 이 위성은 고도 550㎞ 궤도에서 2년 동안 영상레이다 기술 등 국산화 핵심기술의 우주 검증과 지구 관측, 근지구 궤도 우주방사선 관측 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부탑재위성인 큐브위성(초소형위성) 7기 가운데 4기는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도요샛(SNIPE)이다. 도요샛은 궤도에서 4기가 군집을 이뤄 ‘편대 비행’을 하며 지구 자기장 등 우주 날씨의 시공간적 변화를 관측해 예·경보의 정확성을 높이는 임무를 띠고 있다. 지피에스 신호를 교란할 수 있는 전리권 플라스마 버블 등을 관측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공유하기도 한다. 도요샛 위성들은 누리호에서 20초 간격으로 내보내지고, 직후 각각의 거리가 수천㎞까지 벌어진다. 하지만 추력기를 가동해 간격을 좁혀 4기가 10㎞ 이내에서 일렬 종대 비행을 하고, 이후엔 횡대 비행까지 하며 관측 정확도를 높인다. 이밖에 우주부품 전문 개발기업인 루미르의 큐브위성(LUMIR-T1) 등 국내 민간업체들이 제작한 나머지 큐브위성 3기도 각기 관측과 장착된 기기 검증 등의 고유 임무를 띠고 우주로 떠난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3차 발사를 위해 23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세워져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우주 발사체의 용도는 우주로 물체나 사람을 보내는 것이다. 누리호와 같은 발사체 제작과 발사 기술이 신뢰를 얻으려면 발사를 거듭하며 발사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국내 국내 위성뿐 아니라 고가의 다른 나라 위성까지 고객으로 유치하는 ‘영업’도 가능하다. 특히 발사체 제작과 운용을 주관할 체계종합기업 등의 기술 수준 향상과 경쟁력 확보는 한두번 발사 성공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누리호의 3차 발사는 신뢰도 향상을 위한 반복 발사 필요성뿐 아니라 국내 실용위성의 수송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번에 누리호에 실려 올라가는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누리호가 아니라면 다른 나라 발사체에 실어서라도 올려보내야 하는 위성이다. 2025년 4차 발사 누리호 탑재가 예약된 차세대 중형 위성 3호, 2026년과 2027년 5·6차 발사 누리호 탑재가 예약된 초소형 위성 2~17호도 마찬가지다.
과기정통부는 발사 약 1시간20분 뒤 누리호 발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3차 발사 누리호는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초속 약 7.6㎞로 고도 550㎞ 기준 최대 5% 오차 내 궤도에 안착시키는 임무를 띠고 있다. 여기에 부탑재위성인 나머지 큐브위성 7기 위성도 고도 550㎞ 궤도에 제대로 안착시켜야 임무를 최종 성공시킨 것으로 평가받게 된다.
우주산업 선도국들의 발사체 발사 사례를 보면, 앞선 발사에서 성공했던 발사체가 이후 발사에서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다. 미국 발사체 ‘아틀라스I’은 1990년 첫 발사 뒤 두번째 발사에서는 실패하고, 세번째 다시 성공했다가 네번째는 또 실패하기도 했다. ‘팰컨9’는 2010년 첫 발사에 성공했으나 2012년 발사에서 부분 실패를 겪고, 2015년 발사는 완전 실패했다. 누리호의 지난해 2차 발사 성공이 3차 발사의 성공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누리호는 3차 발사의 성패와 무관하게 2025년 4차 발사를 진행하고 이후 2027년까지 매년 한차례씩 발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