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는 다소 복잡한 셈법이 숨어있다. 감축 기준년도와 목표년도에 서로 다른 배출량 산정 기준이 적용된 것이다. 그 결과 감축률이 19.01~19.8%에서 24.4%로 더 많아보이는 효과를 얻었다.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26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서 발표 예정인 NDC의 배출량 산정 기준이 이번에는 통일될까 주목된다.
한국은 지난 12월 유엔에 제출한 NDC에서 ‘2017년 총배출량 대비 24.4%’를 2030년 감축목표로 제시했다. 총배출량은 ‘산림과 토지 이용 변화’(LULUCF)에 따른 배출량 증감은 고려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같은 NDC에서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산림을 통한 흡수와 같은 LULUCF를 포함시켰다. 감축목표를 총배출량이 아닌 LULUCF에 따른 증감을 반영한 ‘순배출량’으로 달성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2017년 총배출량 7억910만톤에서 24.4%를 감축하면 5억3600만톤이 남는다. 하지만 정부가 NDC 제출에 앞서 마련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 로드맵’은 2030년 총배출량을 이보다 3830만톤 많은 5억7430만톤으로 잡았다. 한국이 지난해 제출한 NDC의 목표년도 배출량 기준을 기준년도에 맞춰 총배출량으로 통일하면, 실제 한국이 제시한 감축률은 24.4%가 아니라 19.01%가 된다.
로드맵은 2030년 국내 감축 후 남는 총배출량의 약 6.7%인 3830만톤을 국외 감축과 산림흡수원 활용을 통해 추가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 남게 되는 5억3600만톤은 순배출량인 셈이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보면 LULUCF에 따른 흡수까지 고려한 2017년 순배출량은 6억6830만톤이었다. 기준년도의 배출량 기준을 목표년도에 맞춰 순배출량으로 통일하면, 실제 한국이 지난해 제출한 감축목표는 ‘2017년 순배출량 대비 19.8%’로 표현됐어야 한다.
정부가 파리기후협정 타결 직후 유엔에 제출한 ‘2030년 배출량 전망치(BAU) 대비 37%’ 감축목표는 LULUCF 포함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제출한 NDC는 LULUCF를 포함시킨다는 결정이 내려진 뒤 작성됐다. 결정에 맞춰 감축목표를 순배출량 기준으로 산정해 제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기준년도 배출량을 LULUCF를 제외한 총배출량으로 계산한 기존 형식을 그대로 유지했다.
감축 기준년도에는 총배출량을, 목표년도에는 순배출량을 적용한 한국의 NDC 감축목표 표현 방식은 배출량 산정 기준을 통일할 때보다 감축률을 23~28% 가량 부풀려 보이게 한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모순된 감축목표 표현 방식을 고수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의도가 아니더라도 기존 표현 방식은 국제사회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감축 목표의 강도를 정확히 이해시키기 어렵다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교토의정서가 기준년도의 총배출량을 기준으로 감축목표를 표현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고, 파리기후협정에서도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방식이 인정될 것으로 보고 그렇게 제시한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유엔에 제출된 NDC들을 보면 주요국 가운데 한국과 동일한 방식을 사용한 나라가 많지는 않다. 2018년 배출량 기준 10대 온실가스 배출국만 살펴보면, 새 NDC를 제출한 7개 나라 가운데 일본과 캐나다만 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감축률을 제시했다. 두 나라 모두 국제사회에서 교토의정서 이행에 비협조적인 대표적 국가로 지목됐던 나라다. 캐나다는 심지어 2011년 교토의정서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10대 배출국 가운데 NDC를 제출한 미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4개 나라와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모두 감축 기준년도와 목표년도 배출량을 모두 순배출량으로 통일시켜 산정한 감축목표를 제시했다.
독일(유럽연합과 동일)의 감축률 제시 방식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목표년도의 LULUCF에 기준년도 대비 흡수량 증가분만 포함시키겠다고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 설명이다. 유승직 숙명여대 교수는 “유럽연합은 1990년 흡수량이 100이었다가 2030년에 120이 될 경우에 늘어난 20만큼만 반영하겠다는 ‘넷 체인지’라는 개념으로 접근한 것”이라며 “흡수량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는 아직 정형화가 안 돼 있어 앞으로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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