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지난 6일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을 추진해도 좋다는 조건부 협의(동의) 의견을 낸 가운데, 사업계획을 검토한 해양수산부는 환경부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해수부는 공항 건설로 시설 안전성 위험, 해양수질 오염, 법정보호종 서식에 부정적인 영향 등이 있을 수 있다며 입지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입수한 해수부의 제주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검토 의견을 보면, 해수부는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저감 대책을 수립하거나 입지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입지 타당성은 전략환경영향평가의 핵심 평가 사항이어서, 사실상 해수부가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해수부는 제주2공항 건설의 영향에 대해 “공사 과정과 운영 중 발생하는 오염원, 부유사(물속에 떠다니는 토사), 소음 등으로 해양환경 및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항공기 이·착륙으로 인한 바닷새 등 법정보호종의 서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조사가 부족하거나 제시된 대책의 상당수가 적절치 않은 경우, 환경부는 ‘반려’나 ‘보완’ 의견을 내게 된다. 해수부는 환경 영향과 조사 방법, 저감 방안의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지적하고 있어서, 이번 환경부의 제2공항 허가가 전문기관의 의견을 무시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해수부는 “계획지구에 있는 숨골(주변 지역보다 물이 빠르게 지하로 유입되는 지질구조)로 인해 공사·운영 중에 지반 침하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시설 안전성을 위협할 뿐 아니라, 지하수를 통해 오염원이 바다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숨골은 화산 활동의 산물로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특이지형인데, 앞서 2021년 환경부는 이 사업을 반려할 당시 숨골 보전 가치 여부나 영향 예측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에는 해수부가 숨골로 인한 영향을 지적했지만, 환경부는 “숨골을 통한 비점오염원(발생원을 특정할 수 없는 오염원)의 지하수 유입에 따른 영향 및 저감방안을 마련하라”는 전제를 달아 사업계획을 허가했다.
해수부는 또 “계획지구에서 발생한 우수(비가 고인 물)는 신난천, 온평천, 기존 배수로 3개 유역을 통해 바다로 방류되므로, 사업의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하류부의 해양수질 모니터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비점오염원의 경우 계획지구가 침수위험지구에 해당하므로 강우기에 하류 지역의 침수 면적이 증가함에 따라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수부가 언급한 침수위험지구는 제주 서귀포시 신난천지구·온평천지구 등으로, 공항 건설 시 이들 지역의 재해 위험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법정보호종과 관련해 해수부는 “계획지구 인근에 철새도래지가 위치하며, 해양보호생물인 저어새 등 다수의 조류와 남방큰돌고래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평가서에 제시된 내용만으로는 영향을 평가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해수부는 “남방큰돌고래는 항공기 이·착륙에 의한 소음으로 회피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비행경로 인근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전문가 조사와 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조류 조사와 관련해 해수부는 △조사 종·개체를 늘리고 1년 이상 장기간 조사 △비행경로와 잠재적 먹이 유인원인 양식장을 포함해 조사 영역 최대한 확대 △조류의 행동 패턴을 바탕으로 한 항공기 조류 충돌위험 영향 분석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수중소음과 부유사와 관련해서도 해수부는 평가서의 분석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수부는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시간대와 미운항 시간대를 구분해, 항공기로 인한 수중소음과 배경 소음에 대한 조사·비교가 수행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해양생물의 가청 주파수 대역을 고려해 사업의 영향 범위를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또 “계획지구의 토공량을 산정해 부지 정비 과정에서 토사·부유사 유입 등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저감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해수부는 “계획지구 일대에 마을 어업권과 양식장이 있으므로 어업인 등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은주 의원은 “해수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로 인해 남방큰돌고래뿐만 아니라 다수 멸종위기종에 영향을 주고, 수중소음, 해양수질 오염, 숨골로 인한 지반 침하와 조류충돌 등 시설 안전성에 대한 문제까지 제기했다. 근본적으로 이 사업계획의 적정성과 입지타당성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럼에도 환경부는 검토기관들의 의견을 입맛에 맞게 왜곡하고 취사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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