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1차 발사 ‘실패’, 두차례 연기 뒤 2차 발사에서 ‘성공’, 한차례 연기 뒤 발사.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5일 아슬아슬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된 세번째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1993년 6월4일, 한국이 쏘아올린 첫 우주발사체인 ‘과학로켓 1호’가 충남 태안군 안흥시험장에서 하늘로 솟아오른 지 30년 만이다.
2차 발사에서 ‘성공’의 짜릿한 맛을 봤지만, ‘진짜 위성’ 8기를 싣고 우주로 향하는 3차 ‘실전 발사’는 계획대로 착착 이뤄지진 않았다. 전날 오후 2시,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는 마지막 변수로 지목되던 ‘바람’마저 발사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해 예정대로 오후 6시24분 발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시간 뒤, 발사 준비 도중 ‘저온 헬륨 공급 밸브 제어 과정에서 발사 제어 컴퓨터와 발사대 설비 제어 컴퓨터 간 통신 이상’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발사에 제동이 걸렸다.
발사가 연기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누리호 2차 발사 때도, 발사 예정일(6월15일)을 하루 앞두고 ‘강풍’이 불어 발사일을 하루 연기한 바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15일엔 산화제 탱크의 충전량을 측정하는 레벨 센서에 이상이 발생했다. 발사 절차를 중단하고, 발사대에 세워진 채로 조립동으로 되돌아갔다. 2차 발사는 예정보다 엿새 늦은 6월21일에야 이뤄졌지만, 성능검증위성과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며 발사에 성공했다.
누리호에 앞서 발사된 ‘나로호’의 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로호는 러시아 안가라 로켓을 1단으로 한, 2단형 한국형 발사체다. 2009년 6월 전남 고흥에 나로우주센터가 완공되고 두달 뒤, 나로호를 쏘아올렸지만, 페어링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첫 발사부터 쓴맛을 봤다. 1년 뒤인 2010년 6월, 2차 발사 때는 1단 로켓이 폭발했다. 나로호가 발사에 성공한 건, 2013년 1월 3차 시도에서였다.
누리호 3차 발사까지 한국의 30년 우주개발 여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이 온전한 우리 기술로 만드는 발사체 누리호 개발에 나선 건 2010년부터다. 이미 1997년 토종 기술로 과학로켓 2호까지 만들었지만, ‘한-미 미사일지침’에 묶인 탓에 발사체를 우주로 쏘아올릴 수준으로 비행고도를 높일 수 없어, 개발이 더뎌진 것이다. 이 지침은 2021년에야 폐지됐다. 2003년엔 30t급 액체엔진을 만들어놓고도, 국내 시험장이 없어 러시아에 가져가 연소시험을 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폭발사고로 부품들이 불타버리기도 했고, 러시아가 원정 시험을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해서 발사체 개발에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누리호의 발사가 빛나는 건,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서 발사까지 전 과정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갔다는 점이다. 누리호 1차 발사 실패 뒤 2년 만인 이날, 발사체를 실제 임무에 투입하는 3차 발사를 통해, 한국은 발사체 상용 발사 시장 진출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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