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원전 전문가 3인에게 듣는다
원자력 안전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를 원전 안전성과 비상대응 체제를 다시 돌아보고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우리는 기술 위험 사회에 살고 있다. 안전 질서가 지켜지지 않으면 시스템이 무너지고 재난이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안전과 규제는 매우 중요하다. 세월호 사건은 너무 절망적인 수준을 드러냈다. ‘원자력은 안전한가’를 묻는 우려를 요즘 자주 듣는다. 원전 납품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많은 대책이 이뤄졌다. 법도 강화되고 원전업계 인사가 안전규제 기관에 가지 못하게 했다. 그것으로 해결될까? 결국 누가됐건 책임 있는 자리에 가면 할 일을 제대로 해낸다는 윤리의식이 중요하다. 기술 측면에서 우리는 앞선 수준에 있고 전문인력도 갖췄다. 하지만 원전 비리를 보면 중요한 부분은 여전히 부실하다.
비상대응 매뉴얼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특히 비상상황에선 지켜지기 쉽잖다. 매뉴얼은 평균적인 상황을 가정해 만든 것이다. 실제 상황은 헝클어지고 동시다발로 일어난다. 그래서 평소에 많은 연습이 필요하고, 철저한 안전 관리가 중요하다. 미국에선 원전 직원이 이상징후를 발견하면 사업자 내부가 아니라 제3의 정부기관에 보고하도록 한다. 우리도 이런 체제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범부처 위기관리센터’ 같은 곳에서 다뤄야 한다.”
김익중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동국대 의대 교수)
“후쿠시마 참사 이후에 국내 원전에서도 중대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설계기준을 강화했다. 세월호 참사를 보며 염려되는 것은 노후 선박이었다는 점이다. 노후 원전은 아무래도 비상상황에서 약하기에 수명을 연장한 원전에 대한 염려가 크다. 경제성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면서 수명을 연장해야 하는 것인지 다시 생각할 때다. 후쿠시마 이후에 대형 핵사고도 일어날 수 있다는 자각이 일었고 이를 가정해 대책을 세우고 있다. 개선되고 있으나 충분하지는 않다. 중대사고 상황을 가정하는 주민대피 훈련도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이걸로 충분한지는 늘 다시 살펴야 한다. 또한 비리는 안전성을 위협한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대가성이 없어도 금품수수를 할 수 없게 하는 이른바 ‘김영란 법’이 원안대로 통과돼야 한다.
중대사고에 대처하는 자세로는 예방적인 공포심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 불안 없이 편안하게 살다가 대형 참사를 겪는 것보다 불안도 느끼고 검증하며 사는 게 큰 사고를 막을 수 있기에 국민 전체의 이익이다.”
윤철호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부위원장(전 원자력안전기술원장)
“평생 안전 분야에서 일한 사람으로서 세월호 같은 사고가 왜 반복되는지 생각할 때 참담하다. 원전을 보면 후쿠시마 이후에 하드웨어는 많이 보완됐다. 원전 비리가 드러났고 그걸 계기로 비리를 막을 여러 장치도 마련되고 있다. 이걸로 충분할까? 이번 참사를 계기로 더 생각한다면, 우리가 하드웨어 보강은 잘하는데 소프트웨어 보강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 부족했다. 성과가 당장 눈에 띄지 않고 오래 걸려, 국민과 언론에도 인기가 없다. 원전 안전성에는 ‘매직넘버 10%’가 필요하다. 10%를 교육·훈련에 투자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원전 현장의 장은 발전소장인데, 한수원에서 진급만으로 소장이 되는 게 아니라 1년 안전과 직무 교육을 이수한 사람 중에서 소장을 뽑는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10% 인력이 현업에서 빠져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국가안전기본법’을 제안한다. 법으로 안전을 지속적인 최우선 정책으로 규정해야 한다. 그래야 안전규제기관의 독립성도 높아질 것이다. 교육·훈련은 자다가 일어나서도 바로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계속해야 한다. 원자력 경쟁력을 10% 양보한다면 안전성은 10%가 아니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오철우 기자
김익중 원안위 위원
윤철호 전 원안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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