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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물탄 오염수’, 일본이 주는대로 받아야 할까요?

등록 2020-11-30 10:51수정 2020-11-30 10:58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 방류 추진 논란

일, ‘오염수’ 아닌 ‘처리수’라 주장하지만
수산물 통한 피폭 우려 삼중수소는 그대로
물 섞어 기준치만 맞춰 방류할 뜻 밝혀
방사선 방호 ‘알라라 원칙’은 나몰라라
영향권 국내외 여론 무시하고 강행 태세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 설치돼 있는 오염수 저장탱크. 일본은 삼중수소(트리튬)와 같은 방사성 물질이 대량 함유돼 있는 이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 설치돼 있는 오염수 저장탱크. 일본은 삼중수소(트리튬)와 같은 방사성 물질이 대량 함유돼 있는 이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염수에 함유된 방사성 물질이 국내에 끼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지난 8월 기준으로 약 123만t에 이르는 방사성 물질 오염수가 1041개의 탱크에 저장돼 있다. 용융된 채 계속 열을 내는 핵연료를 식히려고 주입한 냉각수, 원전 부지로 흘러든 빗물과 지하수 등을 처리해 모아둔 것이다. 오염수는 2016년까지는 하루 평균 400t 이상, 2017년 이후로는 170~220t씩 늘어나고 있다. 일본은 2022년 10월께면 준비된 탱크를 다 채울 것으로 예상되는 이 골칫거리를 바다에 버려 해결하려 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 국내 영향 분석 결과도 없어

후쿠시마 사고 오염수 방류의 영향을 따지는 것은 일본뿐 아니라 국내 어민까지 관련되는 민감한 주제다. 과도한 불안감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수산물 소비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 어디서도 아직 오염수 해양 방류를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분석의 기초가 될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경석 한국원자력연구원 환경안전평가연구부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방출된 방사성 물질이 어떻게 확산하는지 분석한 결과는 있지만, 요즘 이슈가 된 오염수 방류는 관련 정보가 없어 직접 시뮬레이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류와 기상에 좌우되는 바다의 오염물질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는 방류량과 방류 시기, 기간 등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지금으로선 후쿠시마 사고 당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을 대상으로 한 기존 결과를 참고해 짐작할 수밖에 없다. 2013년 원자력연구원이 후쿠시마 사고 때 해양으로 방출된 방사성 세슘137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보면, 이 물질이 태평양을 따라 미국을 한 바퀴 돌아 한국 해역에 들어오는 데는 대략 4~5년이 걸릴 것으로 평가됐다. 서 부장은 “그렇게 들어오는 양은 1㎥ 당 0.1~0.2Bq 수준에 불과해 검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 당시 평가 결과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오염수 속 방사성 물질이 빠르면 한 달 늦어도 1년 안에 한국 해역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이 예측은 8년 전 독일의 헬름홀츠해양연구센터(GEOMAR)가 후쿠시마 사고 때 배출된 세슘137의 확산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극단적으로 해석해 나온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이 시뮬레이션 결과를 분석해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후쿠시마에서 220일 만에 제주도, 400일 뒤에 서해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제시된 세슘137의 농도값은 10ˉ8Bq/㎥ 수준(0.0000001Bq/㎥ 미만)이어서 통상적 분석 가능 범위를 벗어난다”고 밝혔다.

정경태 해양과학기술원 자문위원은 “10ˉ8Bq/㎥까지는 측정이 불가능할 뿐더러 측정을 하더라도 그 값이 배경 농도 변동폭보다 워낙 작아 배경 농도에서 구분해낼 수 없다”고 말했다. 동해의 세슘 배경 농도는 1.5~2.5Bq/㎥ 범위에 있다. 한 달 안에 제주·서해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예측은 헬름홀츠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소수점 이하 20자리까지 내려가는 농도를 적용할 때 나오는 결과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해양생태계 파괴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계획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 포기를 촉구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해양생태계 파괴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계획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 포기를 촉구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배출기준 맞춰도 삼중수소 860조Bq 바다 유입

이런 연구 결과들은 방류될 오염수 속 방사성 물질들이 농도가 어찌 됐든 결국 한반도 해역에 유입돼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를 뒷받침한다. 이에 대해 일본은 방류하려는 것은 오염수가 아니라 정화 작업을 거친 ‘처리수’라며 안전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탱크에 저장된 이 물에는 여전히 트리튬(삼중수소), 스트론튬-90, 요오드-129 등의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 함유돼 있다. 일본은 정화 처리를 한 번 더 하겠다지만 그렇게 해도 지금의 다핵종제거설비(ALPS) 기술로는 삼중수소를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가 저장탱크를 증설해 오염수를 장기 저장하며 대안을 모색하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수소의 방사선 동위원소인 삼중수소는 오염된 수산물을 통해 인체로 들어와 유기결합삼중수소로 전환되면 내부 피폭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이 방류하려는 오염수의 삼중수소 방사능 함유량은 리터당 평균 58만Bq(베크렐)로, 배출기준치(6만Bq/L)보다 10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방사능 총량은 약 860조Bq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오염수를 방류할 때 물을 섞어 삼중수소의 농도를 떨어뜨려 배출기준치를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이것은 860조Bq의 삼중수소를 그대로 바다에 흘려 넣는 것을 의미하다. 이와 관련해 주한일본대사관 당국자는 지난 20일 한국 외교부 출입기자들에게 “모든 국가가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물의 해양 방출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며 한국의 월성 원전까지 사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국내 원전에서도 연간 205조Bq의 삼중수소가 배출되고는 있다. 하지만 정상적 원전 운영에 따른 배출과 사고 오염수를 통한 배출을 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의 시각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2011년 3월 사고 직후 모습.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2011년 3월 사고 직후 모습. 연합뉴스

일본 일방적 추진에 유엔 인권기구도 우려

방사선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배출기준에 앞서 적용돼야 할 국제방사성방호위원회(ICRP)의 알라라(ALARA·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원칙이 있다. 방사선은 기본적으로 유해하기 때문에 피폭선량을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례적인 대규모 방사성 물질 배출의 피해를 우려하는 쪽에서 배출 결정이 이 원칙에 따른 최선의 결정인지 확인하고 동의하겠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은 물론 자국 어민들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해양 방류를 결정할 태세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일본이 지층 주입이나 계속 보관과 같은 다양한 대안을 하나하나 평가한 결과를 내놓고 설명을 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 없이 해양 방출로 사실상 결정해 놓고 안전하다고만 주장해 스스로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일본의 태도에 유엔에서도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특별보고관들은 지난 6월 일본 정부에 “일본 국내외 시민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오염수 처분과 관련한 논의의 장과 기회를 마련하고, 정보에 기반을 둬 자유롭게 사전 동의할 수 있는 주민들의 권리를 존중하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또 “적절한 국제 협의가 진행될 수 있을 때까지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 처분에 대한 결정을 보류할 것”도 촉구했다.

한국 정부와의 협의를 거부해온 일본은 최근 한국이 원할 경우 방출이 환경에 끼칠 영향을 추적하는 모니터링까지만 참여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일본 정부는 수년간 오염수의 위험성을 축소하고 다핵종제거설비 처리의 성과를 왜곡했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환경영향평가 요구가 필요하다”며 “한국 정부가 방류를 전제로 한 방류 이후 모니터링에 참여하는 것은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동의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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