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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암 치료 빠를수록 예후 좋아…서울 오가다 ‘적기’ 놓치지 않길

등록 2023-02-13 05:00수정 2023-02-14 02:30

서울로 가는 지역 암환자
‘고난의 상경치료’ 리포트
[기고]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
지난달 4일 수도권의 한 대형병원에서 암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지난달 4일 수도권의 한 대형병원에서 암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몇해 전 15살 중학생이 코피가 난다며 진료실로 찾아왔다. 코안에 커다란 혹이 보였고 조직검사 결과 악성종양이었다. 이미 눈까지 침범한 심각한 상황이었다. 서울 큰 병원에 가보고 싶다며 진료실을 나섰는데 며칠 후 다시 돌아왔다. “여기서 치료받을게요.” 가족들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신속하게 항암 약물 치료와 방사선 치료에 들어갔다. 집과 학교가 병원과 가까워 가족은 물론 친구들이 자주 찾아와 응원했다. 암은 10개월 만에 완전히 사라졌다.

이처럼 지역에서도 일부 희귀 난치암을 제외한 대부분의 암 치료가 가능함에도 서울의 대형병원을 향한 암 환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큰 병원에 제출할 자료 복사해주세요.’ 가끔 진료실에서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빨리 진단하고 신속하게 치료하기 위해 애쓰던 의사로서 야속하지만, 강하게 붙잡지는 못한다. 치료 결과가 좋지 못했을 때 원망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암 치료는 빠를수록 예후가 좋은데 환자들이 서울을 오가며 시간만 허비해 ‘치료 적기’를 놓치지 않을까 늘 걱정이다. 암 치료 후 응급 상황 대처, 후유증 관리, 재발 여부 추적 관찰도 집에서 가까운 병원이 유리하기에 ‘상경 치료’에 나서는 환자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서울과 지방의 의료 수준이 10년 차이가 난다.’ 암 환자들 사이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지역 대학병원의 능력은 서울대병원의 99% 수준”이며, “지역 대학병원에 가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역 대학병원이 보유한 암 진단 장비와 방사선 치료 기기의 수준은 서울 대형병원에 견줘 손색이 없다. 암을 치료하는 의료진 역시 국내외 ‘표준 진료지침’을 따르기에 치료 방법도 서울과 지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여러 과 의사들이 환자와 함께 둘러앉아 최선의 치료법을 논의하고 환자의 불안한 마음까지 다독이는 ‘다학제 통합진료’ 혜택은 환자가 몰리는 ‘빅5 병원’에 비해 지역 병원에서 더 많이 누릴 수 있다.

암 진단을 받으면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온라인상의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기 쉽다. 수술 경력이나 치료 성적 등 객관적 근거 없이 신문이나 방송에 노출이 잦은 병원이나 의사를 찾아 서울로 가거나, 항암제가 위험하다며 치료를 거부하고 민간요법에 의지하다 병을 키우기도 한다.

환자가 자신의 병을 제대로 알고, 치료받을 병원을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 진단해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니는 우리의 의료시스템부터 고쳐야 ‘서울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질병의 중증도에 따라 1차, 2차, 3차 병원에서 단계적으로 치료를 받는 ‘의료전달(이용)체계’의 재정립이 필요한 이유다. 궁극적으로 ‘주치의 제도’의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의료 선진국에서는 나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치의’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상급 병원으로 직접 의뢰하기에 환자 쏠림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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