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매몰사고 현장에서 경찰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업자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 사고의 유력한 원인으로 부실한 지질 조사와 무분별한 석재 채취가 지목되고 있다. 파낸 흙을 주변에 쌓아둔 채 땅을 무리하게 파다가 토사가 무너져 내렸다는 것인데, 다른 채석장에서도 이런 작업 관행이 빈번하다는 노동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삼표산업의 토사 붕괴 사고는 슬러지(폐기용 흙)를 대량으로 쌓아둔 채 그 아래 암반을 뚫는 천공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이미 약해진 암반 일부가 빠져나왔고 그 탓에 슬러지를 지지하는 힘이 약해져 토사가 아래로 쏟아져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사고 현장 한가운데가 아래로 움푹 파여있고 그 위로 대량의 슬러지가 흘러내린 모습이 관찰된다. 토목지질공학 권위자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과)는 “책상 위에 책을 쌓아둔 채 책상다리 중 하나를 빼면 우르르 무너지는 것처럼 암반 아래에 균열(단층)이 있는 상태에서 천공을 하다가 위에 있던 슬러지가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며 “천공 작업을 하기 전에 안정성에 문제가 없는지 미리 지질 조사를 하고 안정성 평가를 했어야 하는데 그런 조처가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채석장 노동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질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천공 작업을 하는 관행은 삼표 채석장 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태준 민주노총 건설노조 천공기지회장은 “채석 작업을 하다 보면 눈에 보이진 않아도 내부에 벌어진 지점이 있어서 작업을 더 하면 돌이 빠지고 무너질 위험이 있을 때가 있다”며 “그럼에도 작업을 강행하면 어느 순간 지반의 균형이 깨져 와르르 무너진다”고 말했다. 지질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석재를 무분별하게 채취했다가 암반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지회장은 “양주 사업장도 사진을 보면 암반이 거의 없다시피한 모습인데 비슷한 관행으로 작업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고 외에도 채석 현장에서 돌의 결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작업을 시켰다가 돌이 한쪽으로 무너지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때는 거의 죽음이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하로 계속 파고 들어가며 암반을 깨는 작업 방식도 위험을 키운다. 천공기 운전원 60대 정아무개씨는 “채석장을 옆으로 넓히려면 허가 받는 데 오래 걸리는데 지하를 파는 건 상대적으로 허가 받기가 쉬워 주로 ‘지하 파 먹기’를 한다”며 “계단식으로 지하를 계속 파면 작업 공간도 점점 좁아지고 돌이 무너지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주사업소 역시 이런 ‘지하 파 먹기’ 작업이 벌어졌을 거라며 “이번처럼 큰 사고는 아니어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업을 하다 토사가 무너지는 현장을 종종 목격했다”고 말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슬러지를 밖으로 옮기지 않고 채석장에 쌓아두는 작업 방식도 문제로 지목된다. 양주 채석장에서 노동자들을 덮친 흙도 슬러지였다. 2015년까지 천공기 운전원 업무를 하다 작업이 너무 위험해 그만뒀다는 윤아무개(63)씨는 “슬러지를 멀리 옮겨다 놓으려면 돈도 들고 장비도 따로 배치해야 한다. 이윤이 안 되는 거추장스러운 일”이라며 “어차피 채석을 다 하고 나면 원상복구할 흙을 구해야 하니까 그냥 현장 이리저리 쌓아두는 건데, 그러다가 발파나 주변 암반 채취 충격으로 슬러지가 확 무너져내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덤프트럭 운전사 ㅈ씨도 “4년 전 경기도 양평의 한 석산에 일하러 들어갔다가 한쪽에 쌓아둔 슬러지가 무너지는 바람에 그 아래 있던 모래 분쇄기(크러셔) 등이 다 파묻힌 적이 있었다.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망정이지 작업 중이었으면 작업자도 큰일날 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채석 작업을 하는 사업주가 사전에 점검자를 배치해 작업장소와 그 주변 지반의 부석 및 균열 상태를 점검해야 하도록 하고 있다. 현장 관리자가 이를 게을리 했다면 산안법 위반이다. 나아가 각 사업소에서 이런 관행을 알면서도 본사가 방치했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다. 사고 이전에 위험 징후가 있었거나 노동자의 문제제기가 있었는데도 본사와 사업소가 방치했다면 재해 예방 의무를 게을리한 데 대한 책임도 물을 수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경찰 등은 지난 3일부터 합동감식을 벌이고 토사 붕괴원인 규명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이르면 이번주께 발표될 예정이다. 노동부는 지난 31일 삼표산업 양주사업소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으며, 이를 토대로 본사가 예방 의무를 다했는지 살펴보는 중이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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