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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단독] 상습이네, 삼표…작년 사망자도 맨몸으로 돌더미 압사

등록 2022-02-08 16:14수정 2022-02-09 09:03

산재사망 2건 조사서에 드러난 위험관리 소홀
고정·평탄화 안 된 대형 석재 굴러떨어져 사망
신호수 없이 작업하다 덤프트럭 치여 숨지기도
지난해 6월 경기도 포천 소재 삼표산업 포천사업소에서 노동자가 먼지 날림 방지용 막을 설치하다가 위에서 석재가 떨어지면서 석재 사이에 끼어 숨진 사고 현장 모습. 재해조사의견서 갈무리.
지난해 6월 경기도 포천 소재 삼표산업 포천사업소에서 노동자가 먼지 날림 방지용 막을 설치하다가 위에서 석재가 떨어지면서 석재 사이에 끼어 숨진 사고 현장 모습. 재해조사의견서 갈무리.

경기도 양주 채석장 토사 붕괴로 작업자 3명이 숨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받고 있는 삼표산업이 지난해 산재 사고와 관련해서도 위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8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지난해 두 건의 삼표산업 관련 사고의 재해조사의견서를 보면, 삼표산업 레미콘 제조 현장이 위험 요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위험 작업을 맡긴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재해조사의견서는 근로감독관이 한국산업안전공단 직원 등과 함께 중대재해 발생 현장을 둘러보고 목격자 진술 등을 받아 사고원인을 파악한 뒤 작성하는 조사보고서다. 삼표산업은 양주 채석장 사고 이전에도 지난해 두 건의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의견서를 보면, 지난해 6월16일 삼표산업 포천사업소에서 일하던 작업자 ㄱ씨(55)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낮 12시50분께 관리팀장 및 또 다른 작업자와 함께 대형 석재 더미에 먼지 날림 방지막(비산방지용 차광막)을 씌우는 작업에 나섰다. 그는 오전까지 원석 반입 차량의 이동 동선을 알리는 신호수로 일했으나 오후엔 막 씌우기 작업에 투입됐다. ㄱ씨가 막 고정을 위해 석재 위로 올라간 순간 고정돼 있지 않은 대형 석재가 위에서 굴러떨어졌고, ㄱ씨가 석재 사이에 끼어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숨졌다. 조사자에 따르면 ㄱ씨가 올라갔던 석재 더미는 “크기와 접촉면이 매우 불규칙해 불안정하게 적재돼 있었”고 “평탄화 작업이 돼 있지 않아 약간의 충격으로도 석재가 낙하하거나 붕괴될 위험이” 있었다. 눈으로 봐도 아슬아슬해 보이는 석재 더미에 작업자를 맨몸으로 올라가게 한 것이다.

이런 위험한 작업 방식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비산방지망을 설치할 의무는 토사·석탄·시멘트 등 먼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물질에 한해 적용되며 사고 현장에 쌓여있던 대형 석재는 해당하지 않는다. 애초에 시멘트 등에서 나온 가루가 공기 중에 날리지 않도록 하라는 취지여서 가루가 날릴 일이 없는 석재에 먼지 날림 방지막을 설치할 이유가 없었다. 설사 막을 씌운다 해도 관련 법 기준에 제시된 물뿌림 시설 설치나 지붕 아래 보관하는 방법 등을 택하지 않고 위험한 작업 방식을 고수했다.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매몰사고에 대한 관계 당국의 합동 현장 감식이 열린 지난 3일 오후 경찰이 사고현장 인근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양주/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매몰사고에 대한 관계 당국의 합동 현장 감식이 열린 지난 3일 오후 경찰이 사고현장 인근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양주/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조사자는 “안전한 방법을 적용하는 대신 작업자가 직접 석재 위를 이동하며 차광막을 설치하는 방식을 사용했고 비산방지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며 “비산방지 조치 대상인지 명확하게 검토하고 이를 추진하는 방식에 대해 위험성 평가를 한 후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석재의 적재 높이와 경사각도, 기울기 등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었고 작업계획서도 작성돼 있지 않았다. 수개월 간 석재를 출하하거나 추가로 쌓은 적도 없어, 조사자는 ㄱ씨가 오른 석재더미가 장기간 관리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해 9월 서울 성동구 삼표산업 레미콘 공장에서 정차 후 출발한 덤프트럭 차량에 작업자가 부딪혀 숨진 사고 역시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정황이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 하위 법령을 보면 덤프트럭 등 차랑계 하역운반차량은 신호수를 배치해야 하지만 재해 발생 장소엔 신호수가 없었다. 이 사고의 재해조사의견서를 보면 작업자를 친 덤프트럭 운전자는 “2016년부터 5년째 현장을 출입했는데 늘 같은 자리에 정차했고 그래선 안 된다는 안내도 받은 일이 없다. 해당 경로에서 차량 유도자나 신호수도 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사고 현장엔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법적으로 만들도록 정한 노동자 전용 통로도 없었다. 이 공장에 매일 약 400대의 덤프트럭과 800대의 레미콘이 다녀가고 벌크트럭과 탱크로리 등도 수시로 이동하는데 교통사고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이다.

두 사건 제조 현장이 모두 장기간 안전 의무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본사 차원에서 개선 요구가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삼표산업 관계자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현재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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