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주차장 무량판 구조 기둥 일부에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된 경기도 오산시의 한 LH 아파트에서 3일 보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무너진 주차장 바로 위는 입주하면 우리 딸이 놀았을 놀이터가 들어설 자리였어요. (입주 전 주차장 붕괴)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부실 시공도 모른채 살았을 겁니다.”
지난 4월 공사 진행 중 주차장 붕괴 사고가 난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 입주 예정자인 어광득씨는 9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국회에서 연 ‘긴급 아파트 안전진단 현장 노동자가 말한다’ 토론회에서 “아찔하고 참담한 마음”을 전했다. 어씨는 “광주 학동 붕괴 사고를 보고서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문제를 알고 있었는데도 우리 아파트가 빨리빨리 올라가기만 바랐던 것이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어씨가 입주할 예정인 검단 안단테 아파트는 무량판 구조(기둥이 바로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형태)의 철근 누락,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91곳을 조사한 결과, 다른 단지 15곳에서도 철근 누락이 발견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현장 노동자와 전문가들은 입주 예정자조차 알기 어려운 ‘공사장 울타리 안’의 부실공사 관행과 구조적 해법을 짚었다.
29년째 레미콘 노동자로 일하는 김봉현씨는 “콘크리트 강도 문제는 대부분 건설현장에 만연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제조 단계에서부터 원가 절감을 위해 시멘트를 덜 넣기도 하고, 건설 현장에선 폐기 처분해야 하는 굳은 레미콘을 쓰거나 폭우가 내려 시멘트와 골재가 분리되어 패이는 데도 타설이 강행된다”고 했다.
무량판 구조 조사에서 드러난 철근 누락은 현장의 속도전 관행, 미숙련 노동과 무관하지 않다. 17년차 철근 노동자 한경진씨는 “도면을 보고 제대로 시공할 수 있는 숙련 철근 노동자가 부족한데 속도전까지 벌어진다”며 “제대로 결합이 안돼 철근이 빠질 것이 분명한 곳을 대충 시멘트로 메우고 지나가는 일도 많다”고 했다.
실제 건설노조가 7~8일 건설노동자 2510명을 대상으로, 무량판 구조 시공에 대한 경험을 물으니 1093명(43.5%)이 ‘무량판 시공현장에서도 빨리빨리 속도전을 강요받는다’ 답했다. ‘시공이 복잡한데 숙련공은 모자르다’고 응답한 이도 735명(29.3%)이었다. 함경식 노동안전연구원장은 “공사기간 단축과 불법다단계 하도급으로 시공 과정에서 이익을 남기려는 구조가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부실 공사는 막을 수 없고 사고 또한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 아파트 안전진단, 현장 노동자가 말하다’ 국회토론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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