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아르바이트생이었던 대학생 이선호(23)씨가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지 20일만인 지난 5월12일 경기도 평택항 신컨테이너터미널 운영동 입구에서 ‘동방’ 임직원들이 공식 사과하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지난 4월 평택항에서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던 23살 이선호씨가 300㎏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사고와 관련해 그 현장을 책임졌던 물류기업 동방이 이전부터 노동자들을 위험한 작업 환경에 방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동방 본사와 전국 14개 지사, 동방 평택지사와 도급계약을 맺은 평택항 부두 운영사 동방아이포트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한 결과 동방이 작업 현장의 여러 위험요인에 대해 안전보건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우선 지게차를 사용하거나 중량물을 취급할 때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실이 동방의 다른 지사에서 여러 건 적발됐고 위험구간 출입금지나 안전통로 확보 조치도 소홀해 노동자가 다칠 위험이 컸다. 또 항만에서 주로 사용하는 크레인은 벨트가 파손돼 물건이 떨어질 위험이 있는데도 노동자들이 그 아래를 출입하는 등 위험이 방치됐다. 부두에 인접해 노동자들이 추락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도 안전 난간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노동자에 안전보건 교육을 하지 않거나 보호구를 지급하지 않은 지사도 여럿이었다.
이번 감독으로 적발된 동방 본사와 지사들, 동방아이포트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은 197건으로 집계됐다. 이에 108건은 검찰 송치 등 사법처리를 하고, 89건은 과태료 1억8천여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이번 결과와 관련해 “경영진 차원의 안전 문화 조성 노력이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매년 수립하는 안전관리 목표도 일정, 예산, 업무분장 등 세부 추진 계획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실제 동방 본사 안전품질팀은 경영지원본부 소속으로 편제돼 있어 업무 독립성이 약했다.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그에 따른 재발 방지 대책을 ‘안전의식 고취’ 등 형식적으로 작성하는 데 그쳤고, 협력업체는 아예 사고 조사를 생략했다. 동방과 평택항 하역작업에 대한 도급 계약을 맺은 동방아이포트도 안전보건 점검 등이 미흡했다.
특히 동방에 안전보건 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매출액과 견줘 극히 적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동방의 매출액은 5921억원이었으나 2021년 안전보건 투자 예산은 2억7천만원으로 전년도 매출액 대비 0.04% 수준에 그쳤다.
안경덕 노동부 장관은 “다른 항만기업도 이번 특별감독 결과를 참고해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갖추고 보다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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