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한겨레> 전 논설주간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한국 성주 배치를 전격적으로 발표한 뒤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 배치 반대 여론을 국론분열이라고 매도했다. 그는 국가와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에 대해 우리가 분열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이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는 국가적 문제에 대한 활발한 토론과 국론의 분열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박 대통령의 빗나간 주장이다. 원래 정부의 정책 결정은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이뤄지는 것이 민주국가의 움직일 수 없는 원칙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드 배치 결정은 아무런 공개된 토론이 없이 밀실에서 진행되어 불쑥 국민 앞에 결론으로 제시되었을 뿐이다. 한국 정부는 사드와 관련해 “미국 정부와 공식 협의가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해오다가 어느 날 갑자기, 기습적으로 배치가 확정되었다고 공식 발표함으로써 당혹한 국민들 사이에 찬반 여론이 들끓게 되었고, 찬반 토론이 전개되기에 이른 것이다. 더욱이 ‘국론’이라는 말도 아무 데서나 쓸 일은 아니다. 국론의 사전적인 의미는 ‘국민 또는 사회 일반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회 일반의 공통된 의견이 토론 없이 저절로 형성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와 같은 헌법적 가치 정도는 되어야 토론이 필요 없이 동의할 수 있는 자명한 진리다. 그래서 대통령이 한마디 했다고 하여 그것이 저절로 국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말이 국론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충분한 토론 과정을 거쳐 사회 일반의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이것을 사람들은 소통 과정이라고 하는데, 박 대통령은 이 과정을 무시한다. 그는 불쑥 말을 해놓고는 물의가 일어나면 분열 행위라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대통령의 ‘불통’보다 더 큰 문제는 이를 뒷받침하거나, 심지어 부추기기도 하는 일부 언론, 특히 보수적 성향이 강한 신문들의 작태다. 언론사의 기자와 논설위원, 칼럼니스트, 그리고 이들 언론에 기고하는 교수, 전문가 등 지식인들이 사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깊이 있게, 그리고 설득력 있게 풀어놓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을 펴기보다는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주장을 펴는 쪽을 비난하는 데 더욱 열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일부 신문의 사설이나 칼럼은 사드 반대론자들에 대한 비판으로 도배되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사드 배치에 대해 찬성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반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입장 발표를 소개한 지난 20일치 <조선일보>는 느닷없이 “국가 중요 사안에 대한 종교단체들의 발언은 무거워야 한다”고 훈시했다. 흡사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라는 타박으로도 들리는 이 구절은 과거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독재정권에 대한 타협 없는 투쟁을 벌이던 진보적 종교인들에게 쏟아냈던 당시 언론의 온갖 근거 없는 비난 기사들을 생각나게 한다. 국가 중요 사안에 대한 국론의 통일은 “입 닥쳐”라는 협박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토론 과정을 거쳐 형성되어 간다. 이 토론 과정을 성실하게 중계하는 것이 언론의 권리요 책임이다. 토론의 과정에는 물론 목청껏 외치는 거리의 소리들도 당당히 자리잡을 수 있다. 정부가 사드를 내놓았으니, 이제는 이에 대한 여러 목소리를 차분히 들어볼 차례다.
이슈사드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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