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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망대] 조선일보와 청와대의 싸움, 왜? / 성한표

등록 2016-08-25 19:11수정 2016-08-30 08:40

성한표
언론인·<한겨레> 전 논설주간

보수 언론 <조선일보>와 보수 정권인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가 ‘혈투’ 단계에 들어가 있다. 박 대통령의 오른팔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목을 자르라고 들이대는 조선일보의 기세가 그렇고, 조선일보를 ‘일부 부패 기득권 세력’으로 지칭하면서, 이들이 좌파세력과 합세하여 우 수석 죽이기에 나섰다고 소리를 질러대는 청와대 쪽의 대응이 그렇다. 누가 봐도 같은 배를 탔다고밖에는 볼 수 없는 이들 보수의 두 대표선수를 정면충돌로 이끌어간 배경은 무엇일까? 우 수석과 박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조선일보만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평소에도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던 진보적 언론뿐만 아니라 보수 언론들까지 너도나도 공격에 뛰어들었다. 이런저런 눈치에는 귀신들이 다 된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규탄하는 것을 보면, 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반이 매우 심각한 것은 분명하다. 신문들이 전달, 해석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최근 언행들은 국민 정서와 한참 어긋나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우 수석을 염두에 두고 했다는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하지 말라”는 말은 듣는 사람을 더욱 황당하게 만든다. 비리종합세트처럼 언론에 비치고 있는 그를 대통령은 흡사 핍박받는 ‘의인’처럼 생각한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이런 생각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의 기본적인 상황 인식에 큰 고장이 일어난 것인가? 아니면…? 언론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하나의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한 ‘유력 언론인’이 사실은 조선일보 고위 간부이며, 그래서 조선일보가, 검찰 수사를 통해 자사 간부의 멱살을 쥔 우 수석의 멱살을 되잡고 있다는 소문이다. 만일 이 소문이 사실에 가깝다면, 우 수석은 졸지에 비리를 척결하려다가 고난을 겪는 의인으로 둔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의 ‘우병우 감싸기’에 대한 해석도 달라질 수 있다. 우 수석 의혹에 대해 입증된 것이 없다는 청와대의 기본 입장을 검찰 수사가 뒷받침만 해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소문이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보수 신문과 보수 권력이 대립한 현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우선 청와대가 한 배에 탄 유력 보수 언론인에 대해 수사하도록 지휘한 배경이 문제다. 그래서 나오는 해석이 보수 세력 균열 가능성이다. 보수 세력 내부에 현재 권력에 대한 불신과 거부의 기운이 확산되고 있고, 이미 차기 권력 창출의 주도권이 박 대통령 손에서 떠났다고 판단한 조선일보가 사사건건 대통령에 대해 시비를 걸자 우 수석이 나서서 상대의 멱살을 잡긴 했지만, 이 와중에 자기 멱살도 잡히고 말았다는 것이다.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격언도 있지만, 우리나라 보수의 가장 뚜렷한, 보편적인 특징이 부패가 아닐까 싶다. 조선일보와 청와대의 싸움 이야기에도 부패한 관료와 부패한 언론인이 등장한다. 그런데 부패가 우리 사회 공직사회에 하도 만연하여 사람들은 웬만한 부패 이야기는 “뭘 그 정도를 가지고…”라고 할 정도로 부패 불감증에 빠져 있다. 그래서 이번 싸움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언론과 권력이 서로 상대방 공격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에는 각자 너무 많은 때가 묻어 있기 때문이다.

[디스팩트 시즌3#17_청와대vs조선일보 전면전으로 번진 대우조선 비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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