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서울대교구 정순택 대주교(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이태원참사 유족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대교구 제공
종교인들이 잇따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로 유족들을 찾아가 위로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는 18일 오후 이곳을 방문해 분향소에 헌화·분향한 이후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 이정민 부대표와 가톨릭 신자 유가족들을 만나 3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정 대주교는 “여러분의 아픈 마음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다”며 위로했다. 이종철 대표는 “유가족이 많이 지치고 힘든 이때 대주교님께서 방문해주시고 기도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며 감사해 했다.
정순택 천주교 대주교가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지하철 녹사평역에 마련된 이태원참사분향소를 찾아 기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유족들은 이어 정 대주교에게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뒤 국내에서 정치적·도의적으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교황청을 통해 유족의 이런 생각을 정부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 대주교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에게 유족의 마음을 전달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대한성공회 의장 주교이며 서울교구장인 이경호 주교도 이날 유가족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이민아씨의 아버지 이종관씨는 이날 이 주교에게 전달한 서신에서 “축제 기간 중 관계 기관이 실시한 안전대책이 매우 형식적이었으며 미비해 아예 사고를 방치했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데, 막말과 악성 댓글로 2차 가해를 겪고 있으며 진실 규명을 위한 유가족들의 여러 의문점은 풀리지 않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진상 규명, 진실 규명을 위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 주교는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지고, 함께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보듬을 수 있기를,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하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앞서 성공회 측은 이태원 참사 유족이 모여서 총회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기도 했다.
개신교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측) 10·29 참사 회복지원위원회의 김영철·김종생 목사도 19일 분향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할 계획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