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3일 충남 천안공고 학생들이 보안경과 보안면, 안전화, 작업복 등 안전장비를 착용한 뒤 밀링 실습을 하고 있다. 충남교육청 제공
광주광역시의 한 직업계고 교사 정아무개씨는 지난해 3학년 학생들의 현장실습 지도점검을 대부분 전화로 해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이 내부 출입을 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전화로 점검하면 아이들의 상황을 살펴보기가 힘들다”며 “코로나19 이전에도 점검을 현장 방문이든 전화든 유동적으로 하는 분위기라서 전화로 지도점검을 대체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전화는 상황 파악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점검을 위해 현장에 방문해도 제대로 된 점검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충북의 직업계고 교사 조아무개씨는 “현장에 가도 업체에서 보여주는 곳만 볼 수 있으니 한계가 있다”며 “현장에 가보니 학생이 애초 계약과 다른 힘든 일을 하길래 데려오고 싶었지만,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하려니 그것도 힘들더라”고 말했다.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교육부의 ‘2018~2020년 직업계고 현장실습 실태점검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전국의 직업계고 현장실습 지도점검 건수는 5만576건이었다. 하지만 적발 건수는 0.05%인 26건에 불과했다. 부당대우 9건, 성희롱 5건, 실습시간 초과 5건, 휴일 실습 2건, 야간 실습 1건, 유해 위험 업무 4건 등이다. 2019년에는 전체 4만5727건의 지도점검 중 39건을 적발했고, 2018년에는 3만9801건을 조사해 단 3건만을 적발했다.
실태점검 건수는 많지만 결국 실효성이 없다는 뜻이다. 점검이 절차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보고가 올라가도 구체적인 시정 조처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설명이다. 교사 정씨는 “학습중심 현장실습이니까 교육 프로그램이 포함되는 게 의무인데 그냥 허드렛일을 하고 잔심부름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실제로 교육을 받았다고 한 학생들은 거의 없었고 그런 내용을 점검 보고서에 모두 올렸지만 딱히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당국 차원의 학교 순회지도 지침도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일부 교육청이 배포한 운영지침에는 ‘학교는 현장실습 기간에 전체 기업을 직접 방문(2회 이상)하는 순회지도를 하고 이에 대한 결과보고서를 구비한다’고 안내했지만, 2019년 교육부 지침에서는 ‘교육청 지침에 따라 1회 이상 방문 순회지도를 실시한 후 결과보고서를 제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교육부는 지난해 4월 일선학교에 코로나19 등을 감안해 ‘온라인 및 오프라인' 순회지도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사실상 방문 지도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셈이다. 김경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직업교육위원장은 “정부의 취업확대 정책으로 인해 안전 강화의 가장 기초인 순회지도 지침이 계속 완화된 것은 문제”라며 “교육부 차원에서 유동성을 장려하지 말고 현장점검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최근 전남 여수 특성화고 학생 홍정운(18)군의 사망 사고를 계기로 일단은 올해 중앙단위 지도점검 시기를 앞당기는 등 상황 파악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해마다 실습이 많은 11월에 중앙단위 지도점검을 하곤 했는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올해는 10월 중 가급적 빨리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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