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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고교 내신 사실상 ‘무력화’…수능점수로 ‘줄세우기’

등록 2008-01-22 21:27수정 2008-01-22 23:07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백성운 행정실장, 이 위원장, 이주호 사회교육문화분과위 간사.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백성운 행정실장, 이 위원장, 이주호 사회교육문화분과위 간사.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내신·수능 반영 대학자율로…수능 성적순 공개
수시·정시모집 논술부담은 줄지 않을 듯
입시전문가 “수능이 가장 중요한 전형요소될 것”
수시 보려면 논술도 준비해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올해 고교 3학년이 되는 학생들이 치를 대학 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을 등급 말고도 표준점수·백분위까지 매기고 학교생활기록부와 수능 반영을 대학 자율에 맡기면 ‘수능, 내신, 논술의 대학입시 삼중고’가 경감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이든, 교사든, 입시 전문가든 학생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데 공감하는 이가 거의 없다. 오히려 수능 영향력이 극대화되고, 점수 올리기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 틀이 2011학년도까지 유지되면, 올해 고 1∼2년이 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치를 2009학년도 대학입시는 수능 비중이 매우 커질 전망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예비 고3 학생들에게 수능 대비로 전환하라고 충고하고 나섰다. 수능이 ‘점수제’로 돌면서 대부분의 대학들은 정시모집 일반전형에 표준점수나 백분위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논술 대비 부담이 크게 줄지는 않을 전망이다. 일부 대학은 수능 점수제가 되면 정시모집 논술을 치르지 않을 수 있다고 했지만, 그 여파는 미미할 것이란 얘기다. 모집정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시모집에서 논술 등 대학별 고사 비중이 꽤 크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수능 등급제 변별력 약화를 명분으로 삼아 자연계 논술을 대폭 확대한 바 있다. 일부 대학은 정시모집 논술도 그대로 치를 태세다.

인수위는 교육인적자원부가 학생부 실질반영비율을 높이라고 개입했던 것을 중단시킨다면서도,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교 교육 내실화를 위하여 합리적인 방식으로 학생부를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해 ‘내신 비중을 높여 공교육 정상화에 이바지해 달라’고 주문하던 때와 표현이 거의 비슷하다. 곧 내신을 무력화하지 말아 달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문제는 대학들이 ‘학생부 반영 고려’ 주문을 듣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서울 7개 사립대’들은 2008학년도 대입 제도가 발표된 이후 수능 등급제의 변별력을 문제 삼아 논술 비중 강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수능 등급제의 변별력이 확인되자 ‘수능 우선 선발’을 도입해 내신을 무력화했다. 더구나 ‘학생부·수능 반영(이) 자율화’된 상황에서 이들 대학이 학생부를 중시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이날 발표에 입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수능이 “가장 중요한 전형요소가 될 것”, “수능의 모든 영역·과목에서 등급을 잘 받는 것보다, 특정 영역·과목을 1점이라도 더 높게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등의 진단을 내놓았다. 물론 논술에 대비하라는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수시모집에서는 논술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인수위의 기대처럼 학생들의 삼중고가 조금이라도 줄어든다면, 그것은 고교 교과성적, 곧 내신의 약화나 ‘무력화’ 때문일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빈대(삼중고 해소) 잡으려고 초가삼간(공교육) 태운다’는 말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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