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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숨진 서울대 청소노동자 남편 “군대식 관리…학교가 삶 송두리째 부정”

등록 2021-07-12 17:07수정 2021-07-13 02:48

7일 서울대학교에서 ‘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은 고인이 근무하던 925동 여학생 기숙사 앞에 붙은 추모 글. 연합뉴스
7일 서울대학교에서 ‘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은 고인이 근무하던 925동 여학생 기숙사 앞에 붙은 추모 글.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숨진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ㄱ(59)씨의 남편 ㄴ씨가 “(아내가) 팀장이 바뀌고 나서부터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건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최근 교수 등 서울대 일부 교직원들이 ‘청소노동자에 대한 갑질이 없었다’고 주장하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ㄴ씨는 지난 7일과 12일 <한겨레>와 두 차례 통화에서 “아내가 지난달부터 ‘팀장(안전관리팀장)이 바뀌고 군대식 관리를 받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고, 저는 당시 ‘아내가 굉장히 힘들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6월1일부터 ‘회의 참석 드레스코드’ 공지, 필기시험 등 갑질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 기숙사 ㄷ안전관리팀장이 청소노동자들에게 제초작업을 지시하자 ㄱ씨가 ‘제초작업까지 하는 건 너무 힘들다’고 항의했고, ㄷ팀장이 ‘시간외수당을 빼서 제초작업을 외주로 주겠다’고 말한 사실도 아내에게 직접 들었다고 ㄴ씨는 전했다. ㄴ씨는 “당시 동료 청소노동자들이 모두 분노했고, 아내가 강력하게 항의했다는 말을 확실히 들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쪽이 “청소노동자들이 외국인 학생들에게 안내할 수 있도록 건물 이름을 한자와 영어로 필기시험을 보게 했다”고 해명한 데 대해 ㄴ씨는 “중국에서는 ‘생활관’이라는 표현도 쓰지 않고 우리가 쓰는 한자와 똑같이 쓰지도 않는데, 그게 변명이 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이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인은 문제의 그 ‘필기시험’에서 1등을 했고, ‘드레스 코드’ 조치에 대해서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고 쓴 것과 관련해서도 ㄴ씨는 이를 반박했다. ㄴ씨는 “회사에서 부장님이 ‘회식하자’고 하면 거절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서울대가) 아내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실제 ㄴ씨의 말처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이 지난 1일 ㄱ씨의 동료 청소노동자 7명을 대상으로 작성한 진술서를 보면, 청소노동자들은 모두 “팀장이 바뀌면서 근무가 힘들어졌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하지만 서울대 쪽은 여전히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공식적인 사과 및 후속 조처 등을 미룬 채 ‘노조가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제초작업은 ㄷ팀장이 오기 전부터 하던 일이며, 필기시험 성적을 다른 노동자들에게 공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ㄱ씨가 일하던 기숙사 건물에서 100ℓ 쓰레기봉투가 하루에 6~7개씩 나온다는 노조의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하루 평균 2개 정도 나온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ㄱ씨도 ㄷ팀장이 오고 나서 ‘규율이 잡힌 것 같다’ ‘합리적이다’ ‘지금 방식이 좋다’고 하셨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대는 오세정 총장의 지시에 따라 학교 인권센터가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을 두고 학교를 비판하는 노조와 정치권 등을 향해 “역겹다” 등의 표현을 써 논란이 일었던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은 이날 오전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던진 날카로운 말은 더 가시 돋친 말이 돼 돌아왔고 또 다른 갈등이 골이 생겼다. 그 책임을 지고 오늘 서울대 학생처장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히면서도 “외부에 계신 분들도 저와 같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달라”고 거듭 노조와 정치권을 겨냥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이 지난 1일 ㄱ씨의 동료 청소노동자 7명을 대상으로 작성한 진술서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이 지난 1일 ㄱ씨의 동료 청소노동자 7명을 대상으로 작성한 진술서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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