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안타까운 마음…공정하게 조사”

청소노동자 죽음 논란 뒤 첫 공식 애도
학생처장 사의 오늘 수용…“공정 조사 의지”
노조 “사과 없는 성명에 유감…셀프조사 중단하라”

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ㄱ(59)씨의 죽음과 관련해 서울대가 공식입장문을 통해 애도의 뜻을 밝혔다. “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고 한 학생처장의 발언에 대해 “개인의 의견이 대학본부의 입장으로 오해됐다”고 해명했다.

서울대는 13일 오후 오세정 총장 명의의 입장문을 내어 “지난달 26일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에서 청소업무 시설관리직원이 사망한 데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고인은 2019년 입사 후 2년 동안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학생들을 위해 애쓰셨던 분이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학교를 비판하는 노조와 정치권 등을 향해 “역겹다”는 표현을 써 논란이 된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에 대해 오 총장은 “최근 학생처장의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개인의 의견이 대학본부의 입장으로 오해되는 등 혼란이 계속됐다”고 밝혔다. 구 처장이 전날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 오 총장은 “오늘 이를 수용했다. 이는 한 치의 거짓 없는 공정한 인권센터 조사에 대한 의지를 학내 구성원과 국민께 보여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는 지난 8일 총장 직권으로 ㄱ씨의 죽음과 관련한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인권침해 여부를 서울대 인권센터에 의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오 총장은 ㄱ씨의 산업재해 신청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협조할 것이며, 인권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라 미비한 부분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청소업무 시설관리직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여 근무환경과 인사관리방식을 다시 점검하여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업무 매뉴얼을 통해 업무 표준을 정립하겠다”고 약속했다.

노조는 총장의 입장문에서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사과의 표현이 없다는 점에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어 “사업주가 관리하던 직장에서 그 많은 시간 방치(고인이 숨진 뒤 휴게실에서 10시간 뒤 발견)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서울대는 진심을 다해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오세정 총장 입장문 어디에도 사과라는 표현은 없고 ‘안타까운 마음’, ‘애도와 위로’와 같은 제3자라도 할 수 있는 말 뿐”이라고 꼬집었다. 또 노조는 서울대 인권센터의 조사를 ‘셀프조사’로 규정하면서 노조, 학교와 중립적인 제3자를 포함하는 노사공동조사단을 구성하라고 학교에 요구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도 이날 성명을 내어 “노동조합을 포함하는 진상조사단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채윤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