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구역 모습.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1일 자체 조사를 통해
‘전직 임직원과 민간사업자가 공모해 배임을 저질렀다’며 구체적 배임 액수까지 발표했다. 그동안 언론보도 및 검찰 수사로 알려진 내용 외에 공사만이 알 수 있는 내부 결재 과정까지 조사한 결과물이다. 수사 대상 스스로 배임 여부와 범위 등을 판단한 초유의 상황에 대해 검찰은 ‘참고하겠다’ 정도의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날 윤정수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검찰 수사와 가장 차이 나는 대목은 배임 액수다. 검찰은 같은 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추가 기소하며 배임 규모를 택지 분양 및 아파트 분양 이익 등 ‘최소 651억원+알파’라고 밝혔다. 평당 1500만원 이상 받을 수 있는 택지 분양가를 평당 1400만원만 받는 한편,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한 5개 블록 분양 이익 가운데 공사 몫으로 가져갈 수 있었던 이익을 포함한 액수다.
검찰은 “651억원은 최소한이다. 현재로서는 액수를 특정할 수 없다. 수천억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공사는 현재까지 발생한 택지 분양 이익을 근거로 민간사업자가 1793억원을 부당하게 가져갔다고 자체 판단했다. 최소액 기준으로 검찰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액수다. 민간사업자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는 택지 분양가를 평당 1400만원으로 책정, 이에 따른 대장동 개발 사업 총매출액을 1조8393억원으로 잡았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실제 매출액은 2조2242억원으로 증가했는데, 초과 이익 분배 조항이 있었다면 공사 지분(50%+1주), 민간사업자 지분(6.9999%), 하나은행 등 금융사 지분에 따라 공사 쪽에 1793억원이 더 들어올 수 있었다는 계산이다.
배임 발생에 대해서는 검찰과 공사 모두 인정하는 상황이지만, 배임 공모 과정에 대해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검찰은 이같은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된 경위를 집중 조사하면서 2015년 1월 투자심의원회에서 ‘공사가 50% 이상 출자했으니 수익도 50% 이상 보장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논의가 있었는데도, 이후 ‘50% 이상 수익 보장’이 사라지게 된 과정에 윗선 개입(직권남용)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시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은 검찰 조사 및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은 ‘50% 수익 보장’ 내용이 담긴 사업자 공모지침서에 결재했는데, 이후 내용이 바뀌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공사 쪽은 자체 조사를 통해 “당시 출자타당성 조사 용역에서 (이익) 배분 방법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 서류는 없다. 투자심의위에서 나온 ‘50% 이상 보장’ 답변이 내부적으로 지분율에 따른 배분 방법을 정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통상적인 배분 방법을 설명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식 문건이 없는 상황에서 일반적인 이익 배분 방법을 설명한 것이 와전됐을 수 있다는 취지다. 또 황무성 전 사장의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회의록을 보면 이익 배분 방법 변경 논의가 있었고, 이를 확정한 공모지침서 문건을 황 전 사장이 직접 결재했다”고 했다.
황 전 사장은 자신의 결재 사인이 들어간 표지만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꾼 ‘표지갈이’를 주장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공사 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쪽 기존 설명과 다른 조사 결과도 내놓았다. 그동안 이 후보 쪽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고정 이익을 확보하는 내용의 공모지침서를 공고한 상태였기 때문에 사업협약 때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추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공사 쪽은 “공모지침서에 따라 민간사업자가 제출하는 사업계획서 제안서 내용에 수익과 비용, 이익 항목이 포함되기 때문에 민간사업자가 제시하는 금액 이상으로 수익이 발생할 경우 추가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당연히 제시될 수 있다.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있을 경우 민간사업자가) 공모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임 소지가 있지만 공사 내에 관련 자료가 없다. 이러한 의사결정에 누가 참여했는지 검찰 수사로 밝혀질 사항”이라고 했다.
손현수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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