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사업자들의 편의를 봐준 대가로 수십억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에게 수십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일 구속되면서 이른바 ‘50억원 클럽’ 의혹을 받는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검찰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됐다. 곽 전 의원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며 검찰이 띄운 ‘뇌물·정치자금법 위반’ 승부수가 일단 통한 모양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대장동 5인방’ 기소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던 검찰 수사가 곽 전 의혹 구속을 계기로 ‘윗선’ 규명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지난해 12월1일 곽 전 의원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50여일의 보강수사를 통해 혐의 입증에 필요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법원은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검찰이 청구한 곽 전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검찰은 곽 전 의원의 아들 곽아무개씨가 대장동 사업 시행사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로부터 받은 퇴직금 50억원(세금공제 뒤 25억원)을 두고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의 무산을 막은 대가라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알선 대상을 특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검찰은 보강수사로 곽 전 의원이 알선한 하나은행쪽 대상자를 특정하고, 25억원을 알선의 대가이자 국회의원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돈이라는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이에 검찰은 이번에 곽 전 의원의 영장을 청구하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 혐의를 동시에 적용했다. 1차 청구 때는 알선수재 혐의만 적용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배경에는 수사팀이 곽 전 의원의 알선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황 증거 등을 찾은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며 새롭게 추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된 요인으로 꼽힌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2016년 4월 총선 앞뒤로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구속기소)에게서 받은 5천만원을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판단했는데, 곽 전 의원쪽은 이를 ‘변호사 비용’이라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왔다. 법원은 ‘곽 전 의원이 변호사 선임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치자금으로 봐야 한다’는 검찰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법원은 “주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곽 전 의원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해 유동규,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 남욱, 정영학(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민용(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 등 대장동 5인방을 재판에 넘긴 뒤 이렇다 할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해온 검찰은 곽 전 의원 신병 확보를 발판 삼아 50억원 클럽으로 거론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권순일 전 대법관 등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곽 전 의원만 구속기소하는 선에서 대장동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박 전 특검과 권 전 대법관이 이미 지난해 말부터 두차례씩 소환 조사를 받았다는 점에서 수사팀이 이들 혐의를 입증할만한 핵심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서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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