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오른쪽)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제이티비시>(JTBC) ‘썰전 라이브’ 생방송 일대일 토론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 이동권’ 등을 주제로 일대일 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토론은 장애인단체와 차기 여당 대표가 만나 그동안 정치권이 외면해 온 장애인 의제를 심도 있게 나눌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됐지만, 이날 이준석 대표는 장애인단체 요구 사항에 대해 ‘동의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발언들이 장애인 혐오와 갈라치기라는 지적을 인정하지 않았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13일 오후 3시 박경석 대표와 이준석 대표가 <제이티비시>(JTBC) 프로그램 ‘썰전 라이브’ 생방송 토론에서 만났다. 티브이 토론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주제로 장애인단체와 정치권 인사가 토론을 가진 것은 처음이다. 토론은 3시간가량 이어졌다.
이날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박 대표는 “먼저 시민들께 많은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사과하며 “장애인 이동권은 문명사회에서 생존권이자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라고 21년을 외치고 있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시민의 권리를 부여해달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하철 출근길 시위가 장애인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권리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음을 강조하며 관련 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5년을 집권하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잘 정해서 하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이어 “기대에 못 미치는 속도 때문에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점진적인 개혁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자 박 대표는 “검토하겠다는 건 20년간 똑같다. 양당이 지배한 20년 세월, 둘 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 대표는 박 대표가 장애인들의 요구를 전하자 “우리 계속 얘기했다. 안 하겠다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러면 우선순위의 배분에 있어서”라며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 대표는 “안 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 (그러나)하겠다라고 한 적도 없다”며 장애인들의 요구를 유예해온 정치권의 행태를 지적했다.
이날 박 대표는 이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장연이 주도하는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두고 ‘볼모’ ‘인질’ 등의 표현을 쓰며 비난하고, 장애인단체 사이를 갈라치기한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나는 박경석이 싫어’ 이건 혐오발언이 아니지만, ‘나는 박경석이 장애인이어서 싫어’라고 말하면 이건 장애인에 대한 혐오라고 할 수 있다”며, 자신은 시위방식을 지적한 것이지 혐오발언을 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사과하지 않았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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