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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중재안의 아킬레스건…검찰 ‘보완수사권 유지’ 논란 일듯

등록 2022-04-22 19:29수정 2022-04-22 22:50

박병석 국회의장이 22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검찰개혁 관련 입장을 발표를 준비하며 메모와 서류를 살펴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병석 국회의장이 22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검찰개혁 관련 입장을 발표를 준비하며 메모와 서류를 살펴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병석 국회의장 제안으로 여야가 수용한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중재안의 핵심은 검찰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을 부패·경제 관련 2대 범죄로 제한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만들어 최종적으로 검찰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이다. 다만,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권을 검찰에 그대로 남겨뒀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권 폐지라는 법 개정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야가 22일 합의한 박 의장 중재안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현행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 범죄로 대폭 축소한 대목이다. 앞으로 검찰은 뇌물·정치자금·알선수재 관련 범죄나 사기·횡령·배임·금융증권 범죄 이외에는 직접 수사에 착수할 수 없게 된다.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없는 범죄는 경찰이 1차 수사를 맡는다.

부패·경제 범죄에 한정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중수청이 출범하면 폐지하도록 했다. 검찰 내 직접수사 부서인 특별수사부(반부패·강력수사부)도 축소된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지역에 있는 검찰 특수부를 3개로 줄이고, 송치사건에서 별건수사도 금지된다.

논란이 이는 대목은 중재안이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는 형태이지만,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권을 살려둬, 검찰이 직접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한 사건, 검찰이 경찰에 시정조치를 요구한 사건에 대해서도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별건수사)만 금지했을 뿐, 검찰이 피의자·참고인 등을 조사할 수 있다. 애초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을 두고 제기된 ‘경찰의 부실·과잉 수사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비판을 보완하는 절충안이지만,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한 것이다.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이나, 고소인 등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한 경우에도 검찰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만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이런 중재안의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과도 맞닿아 있다. 윤 당선자는 ‘송치 전 경찰의 자율적 수사’ ‘송치 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경찰이 수사해 결론을 내린 사건에 대한 검찰의 2차 수사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지금은 6대 범죄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는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은 수사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윤 당선자 공약은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뒤, 검찰이 보완수사를 직접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검찰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기소 분리를 반대해온 국민의힘도 이번 중재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검찰이 보완수사를 할 수 있고, 보완수사 요구도 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합의문에 쓰진 않았지만 (이런 내용이) 전제돼 있다”고 말했다.

법이 통과되고 앞으로 중수청이 설립되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폐지되지만,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앞으로 이를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별건수사를 제외한 나머지 수사에서 검찰의 보완수사를 허용한 것은 기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견줘 후퇴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검찰 반발이 거셌고 시간이 워낙 촉박했다. 또 국민적 공감대도 약하다 보니 불가피한 타협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중재안은 사개특위를 만들어서 입법권을 주고, 6개월 안에 중수청을 만들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넘긴다는 취지다. 그런데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대통령이 이런 내용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개정안 입법 과정에서 중재안 내용을 법으로 못 박지 않는 이상 의미 없는 합의안이라고 본다”며 “검찰이 새 정부에서 검찰권을 남용할 길을 그대로 열어둔 합의안이라는 점에서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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