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법안을 처리하기 전 첫번째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27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검찰 수사-기소 분리 법안 처리 절차에 위법한 흠결이 있다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유상범·전주혜 의원을 당사자로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를 금지해 달라”는 취지인데, 이날 밤 관련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서 불과 몇 시간만에 신청 취지가 깨졌다. 다만 국민의힘은 박병석 국회의장과 박광온 국회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본안사건인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때 가처분 신청까지 하게 된 긴급성 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위법을 주장하는 부분은 26일 밤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 의결이다. △‘위장 탈당’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야당(무소속)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참여한 점 △민 의원이 여당(민주당) 의원으로 발의한 자신의 법안 2건을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참여해 14분만에 의결한 점을 들어 “명백하고 중대한 하자가 있어 위법하며, 이로 인해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전주혜 의원은 “위법이라 무효라는 헌재 출신 변호사 조언을 받았다”고 했다.
대검찰청도 이날 “검사 기소권을 제한하고, 의견 수렴 없이 하루아침에 다수결로 강행 통과시키는 등 내용상·절차상 심각한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또는 검사에게 청구 자격이 있는지가 쟁점인데, 헌법재판 해설서인 <헌법재판실무제요>에는 법무부 장관의 경우 권한쟁의심판 당사자로 인정하고 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의 권한쟁의심판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헌법에 명시된 검찰 수사권이 침해됐다’는 검찰 주장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편법·꼼수라는 정치적 비판은 분명히 가능하지만 안건조정위 처리는 형식적으로 국회법상 문제가 없다”고 했다. 반면 헌재 출신 또 다른 법조인은 “헌재 입장에서는 70여년 유지돼온 형사사법체계를 유예기간 4개월 안에 판단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합헌·위헌 결정 여부와 별개로 검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국회는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헌재 판단을 구한 적이 있다. 2019년 4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공직선거법 등의 패스트트랙 처리를 육탄으로 막는 상황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법안에 이견을 보이는 바른미래당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같은 당 채이배·임재훈 의원으로 교체하는 사보임 신청을 승인했다. 이에 반발한 의원들이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했다며 헌재에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과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자유한국당 역시 필리버스터 신청을 거부하고, 원안이 아닌 수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점을 들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듬해 헌재는 “
사보임은 정당 정책을 의안 심의에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국회의원 권한 행사에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심의·표결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당 차원에서 이뤄진 사보임은 정당하다는 취지다. 필리버스터 거부와 수정안 통과에 대해서도 ‘국회의장 재량권 인정’과 함께 “수정안이 개정 취지에 변화를 초래하지 않았다”며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헌재는 2009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 따른 권한쟁의심판에서 “국회의원 권한은 침해했지만 법안의 법적 효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절차상 하자는 있지만 국회의 입법자율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손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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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hani.co.kr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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