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경찰청장이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법안에 반대하는 근거를 대기 위해 경찰 수사 역량을 연일 깎아내리고 있는 검찰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김 청장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검찰과 경찰이 역할을 분담한 수사 사례를 경찰의 수사 오류를 밝혀낸 것처럼 왜곡하거나 경찰의 수사 성과를 의도적으로 비하한 사례가 있어서 많은 경찰관들의 자긍심이 훼손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20여일 간 전국 검찰청별로 경찰 부실수사 등을 검사가 바로잡은 사례 등을 모아 언론에 배포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일부 사례의 경우 납득하기 어려운 왜곡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검찰과 경찰이 <한겨레>에서 지면 논쟁을 벌인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2015년 서울시의원 살인교사 사건, 2020년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등이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자칫 묻힐 수 있었던 혐의를 밝혀냈다고 했지만, 경찰은 상당 부분 실체를 규명해 송치한 사건을 마치 검찰이 모든 것을 밝혀낸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본다.
김 청장은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경찰 업무에는 큰 변화가 없으나, 인력 충원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이미 (부패·경제 등) 6대 범죄를 포함해 전체 범죄 99% 정도를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경찰 수사권 남용 등을 방지하기 위한 시정조치, 이의신청, 재수사, 징계 요구 등 다양한 견제·통제 장치는 그대로 있어 실제 경찰 수사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현재에도 우리 일선 수사관들이 과중한 업무로 많은 어려움 겪는 실정이라 사건처리 기간이 일부 지연되는 문제점도 드러났는데,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축소돼 경찰 수사 부담이 늘어나면 뒷받침 할 수 있는 인력·예산 등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년간 법으로 규정된 검경 수사기관협의회가 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안 시행 뒤 검경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김 청장은 “수사와 공소제기 및 공소 유지하는 형사사법절차에서 경찰과 검찰의 협조는 정말 필수불가결하고, 그렇게 때문에 법령에서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검사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계속 추진할 것이고 검찰도 경찰과 함께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왜 모욕 주나? 경찰이 99% 사건 맡을 때 검사는 1%만 골라해”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39702.html
▶관련 기사: 어느 중학생의 죽음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39262.html
▶관련 기사: 반론: ‘어느 중학생의 죽음’에 부쳐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040621.html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