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아침 6시30분께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에서 8명이 실종됐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태풍 힌남노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던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되면서 지하공간 침수 위험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빌딩에서도 지하주차장으로 들이닥친 빗물에 시민이 숨진 바 있다. 전문가들은 폭우가 내릴 때 도심 지하공간으로 내려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하주차장은 침수가 한번 시작되면
대피가 쉽지 않다. 지하공간 면적이 매우 넓어 침수 시 유속이 굉장히 빨라지기 때문이다. 방재관리연구센터 실험을 보면, 지상의 침수 높이가 60㎝인 상황에서 지하공간은 5분40초 만에 수위가 75~9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폭우 시 도심 지하주차장은 일종의 ‘거대한 하수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물이 들어가기 시작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지하주차장은 지하공간 중에서도 면적이 상당히 넓어서 대피가 쉽지 않고 대응도 어렵다. 건물 내로 물이 들어와 침수가 시작됐다면 지하주차장으로 가는 건 굉장히 위험한 행위”라고 했다.
건물 침수가 시작되면 관리자는 차량을 밖으로 이동시키려는 입주민 등의 지하주차장 접근을 자제시키고 막아야 한다. 반대로 이번 포항 실종 사고에서는 관리사무소에서 차량 침수를 막기 위해 지하주차장 차량을 이동하라는 안내방송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차량 침수를 막고자 태풍이 오기 전에 미리 이동시키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이미 침수가 진행되는 상황에는 접근해선 안 된다. 한꺼번에 주민들이 몰리는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들이닥치는 거센 빗물에 차량이 멈추며 출구와 통로를 막을 경우 뒤따르는 차량들도 꼼짝없이 갇힐 수 있다. 온라인에는 빗물에 잠기기 시작한 지하주차장을 서둘러 빠져나가려는 차량들로 ‘지하 정체’가 빚어지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하주차장 침수는 감전 등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지하주차장이 포함된 큰 건물은 대개 주차장 내에 전기실이나 기계실을 마련해 놓고 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