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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심한 교통공사 “신당역 사망 대책 써내라…총리 지시라 긴급”

등록 2022-09-16 10:26수정 2022-09-20 11:38

“국무총리 지시라 긴급…아이디어 필요하다”
영업소에 “금요일 10시까지” 의견제출 양식 보내
직원들 “대책 급조하나…경영진이 책무 다하라”
교통공사 쪽 “일선 직원들 의견 청취하는 차원”
서울교통공사 영업계획처가 일선 영업사업소에 보낸 공문. 독자제공
서울교통공사 영업계획처가 일선 영업사업소에 보낸 공문. 독자제공

신당역 역무원 살해 사건이 발생한 직후 서울교통공사가 서울지하철 각 영업사업소에 재발방지대책 아이디어를 내라는 긴급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공지를 본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선 “회사가 면피성 대책 만들기에 급급하다”며 비판이 나온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15일) 서울교통공사 영업계획처는 영업사업소 소장들에게 “신당역 여직원 사망사고 건 관련, 국무총리 지시사항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수립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며 ‘긴급 공지사항’을 보냈다. 공지 내용을 보면, 공사는 “사업소별로 내일(16일) 오전 10시까지 영업계획처에 의견을 제출해 주시기 바란다”며 “상황이 어렵습니다. 사업소별 아이디어 동참에 꼭 협조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적혔다. 15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사건에 대한 유감을 표하며 신속한 원인 파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관계부처에 지시했는데, 바로 내부 직원들을 상대로 하루 만에 아이디어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공지를 본 직원들은 회사가 ‘면피성 대책’ 마련하기에 급급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공사 내부 익명게시판 게시글 중에는 “아이디어를 모집한다? 회사가 전문가에게 문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역무원 신변 보호를 하려면 인원 보충을 하면 될 텐데 그런 것 없이 호루라기나 녹음기 지급이 충분했다고 판단한 것이냐. 경영진이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책무를 다하라”고 비판했다. 또 “급하게 직원들 동원해 마련한 방안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사건 당시 역무원이 2인1조로 근무했으면 살인이 발생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댓글도 있었다.

김정섭 공사 노조 교육선전실장은 “역무원들은 공지를 보면 참담한 심정일 것이다. 안전을 보장해줘야 할 회사에서 내실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 위(총리실)에서 한마디 했다고 본사를 거쳐 영업소장, 직원들을 통해 대책을 급조하는 것 아닌가”라며 “회사의 전형적인 땜질 처방 문제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발이 확산되자 영업계획처는 내부게시판에 “유사사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현장 의견을 청취하려고 했지만 표현상 꼼꼼하게 파악하지 못해 잘못 전달 드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 울분이 터진 것 같다. 회사 입장에선 현장 일선에 있는 직원들이 (문제점 등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보고 뜻을 모아보자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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