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새벽 이태원 압사 사고 희생자들이 임시 안치된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에서 관계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이태원 간다던 딸이 숨졌다는 걸, 같이 있던 남자친구 전화를 받고 알았는데, 대체 우리 딸은 어디에 있나요?”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 사망자인 서예솔(19)씨 어머니인 안연선(54)씨는 30일 새벽 5시께 40여구의 주검이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실내체육관으로 안치된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딸을 찾을 순 없었다.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안씨는 밤 11시 55분 서씨 남자친구로부터 딸이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씨 남자친구 ㄱ씨는 “여자친구와 같이 길목에서 사람들에게 눌렸다가 현장에서 직접 여자친구를 심폐소생술(CPR) 했지만 사망했다. 숨진 것을 확인하고 코트 안쪽에 쪽지로 전화번호와 신원을 적었다”고 말했다. 안씨는 “딸은 한창 놀러 다니는 거 좋아하는 젊은 앤데, 남자친구가 군대 간다고 해 같이 놀러 왔다”며 “딸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장례는 어떻게 되는 건지 걱정된다”며 눈물을 보였다. 안씨 지인도 “정보공유가 전혀 안 돼 어디에 있는지 우리가 쫓아다니고 있다. 정부에서는 전화 한 통도 없고 정보 공유도 안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30일 오전 한남동 주민센터 지하 1층에 마련된 대기소에 실종자 신고를 마친 가족들이 앉아 있다. 고병찬 기자
압사자들이 이송된 병원과 다목적실내체육관 등에는 가족과 지인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시민들이 몰리며 밤새 애를 태웠다. 다목적실내체육관에는 안씨 뿐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황망한 모습으로 서성이다 주검을 이송할 때마다 가족·지인이 아닌지 살펴보기 분주했다. 한 20대 남성은 “이태원 파출소에서 사망자들이 이곳으로 온다고 해서 왔다. 같이 갔던 친구가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30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실내체육관에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사망자들이 안치되고 있다. 고병찬 기자.
이날 새벽 실종자 접수처가 마련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도 실종자를 찾는 시민들이 몰렸다. 한남동 주민센터는 유일하게 현장 방문 접수를 하고 있으며, 이곳에는 지하 1층 실종자 보호자, 가족 등의 대기실이 마련돼 있고 3층에서 실종자 접수를 받고 있다. 오전 8시 기준 한남동 주민센터에 접수된 실종자 접수는 현장접수 52건, 전화접수 746건으로 모두 798건이다.
20대 아들을 찾고 있는 어머니 ㄴ씨는 주민센터를 찾아 “오후에 친구랑 네명이서 이태원을 갔는데, 신고한 친구가 우리 애가 먼저 쓸려 가는 거 보고, 나중에 119 실려 가는 것까지 봤다고 한다. 휴대폰을 친구가 주워 연락할 방법도 없다”며 발만 동동 굴렀다. 함께 있던 친구 ㄷ씨도 “같이 있다가 친구가 갑자기 밀렸다”며 “체육관 갔다가 여기에 실종자 접수를 받는다고 해서 왔다”고 했다.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 실종자 접수처가 마련됐다. 고병찬 기자
주검이 안치된 병원 곳곳에서도 가족·지인의 소재를 찾지 못한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병원인 서울 순천향대 병원을 찾은 한 여성은 “이태원 갔다는 아들이 지금 전화가 안 되고 이 병원에 많이 왔다니까 확인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병원 관계자에게 애원하기도 했다. 50대 이아무개씨도 “지인이 사망한 걸 확인했는데, 사고 현장, 체육관 등을 다 돌았지만 찾을 길이 없었다. 다시 병원 영안실로 옮긴다고 해서 왔는데 얘기해주는 사람은 없고 안된다만 반복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핼러윈을 이틀 앞둔 지난 29일 이태원에 인파가 몰리면서 대규모 압사 사고로 이날 아침 9시30분 기준 15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쳐 모두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