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대원들과 경찰들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 새벽 서울 용산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희생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평소라면 5분이면 도착할 거리인데, 버티고개부터 꽉 막혀서 역주행하면서 겨우 도착했습니다.”
서울 중부소방서 신당 119 안전센터 권영준 구조대원에게는 지난달 29일 밤 이태원 참사 신고가 접수된 뒤 펌프차에 탑승해 구급차와 함께 현장으로 향했던 곤혹스런 순간이 여전히 생생했다. 밤 10시30분에 출동해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밤 11시3분. 3㎞ 남짓 거리를 이동하는 데 33분이나 걸렸다. 권 대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태원역으로부터 1㎞부터 도로가 꽉 막히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싶어서 사이렌을 울리면서 역주행했고, 시민들이 비켜줘서 가까스로 현장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교통통제가 더디게 진행돼 구조 ‘골든 타임’이 허무하게 지나갔다는 증언인 셈이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분초를 다투는 참사 초기 구급대가 출동하는 데 걸린 시간이 평시 출동 시간보다 최소 두 배 이상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밤 10시21분 출동한 성동소방서 금호 119 안전센터 구급대는 4.8㎞ 떨어진 이태원 현장에 32분 뒤인 밤 10시53분이 돼서야 도착했다. 차량이 많은 평일 오후에도 통행 우선권이 부여되는 구급차가 아닌 일반 승용차로 2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다. 권 대원은 “이태역원에 도착해서야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분들을 봤지만 그 전까지 보지 못했다. 만약 경찰 쪽에서 이태원역으로 진입하는 도로들을 미리 통제해줬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파출소 앞 순찰차에 ‘112는 언제나 국민 곁에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스티커가 붙어있다. 안태호 기자
소방당국은 참사 발생 직후인 밤 10시18분부터 2시간 동안 모두 15차례나 경찰에 차량 및 인파 통제를 요청했다. 이같은 다급한 요청에도 경찰 인력 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 내부 보고 체계가 무너진데다 경찰력 총동원 권한을 가진 지휘부는 연락두절 상태였기 때문이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참사 당일 밤 11시36분 대치동 집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충북 제천의 한 캠핑장에서 이튿날 0시14분에야 첫 보고를 받았다.
서울 일선 경찰서 과장급 간부는 “기동대 배치가 예정돼 있지 않은 긴급 상황에서의 경력(경찰 인력) 운영은 서울경찰청장이든 경찰청장이든 상급자 지시가 있어야 움직일 수 있다. (보고와 지시 없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가 없다”고 했다. 참사 당일 최초 소방신고가 접수된 밤 10시15분부터 김광호 청장이 최초 보고를 받은 밤 11시36분까지 서울 각 소방서에서 출발한 구급차는 56대, 윤희근 청장이 참사 사실을 알게 된 시각인 이튿날 0시14분까지는 추가로 6대의 소방차가 이태원으로 출동했다. 이들 역시 권 대원처럼 초조하고 답답한 마음으로 참사 현장에 도착해 병원으로 급히 향했다. 이송 당시 상태는 사망, 심정지, 호흡정지, 의식장애, 골절, 하반신마비 등이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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