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 변호사가 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석방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폭탄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대장동 민간사업자 남욱씨가 이번엔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이름을 대장동 재판에 끌어들였다. 대선 내내 이재명 대표 발목을 잡았던 대장동 의혹 ‘출발점’이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 쪽으로 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이 전 대표 쪽은 바로 반박했다.
남씨의 발언은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민간사업자 쪽 재판에서 나왔다. 남씨의 진술 번복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쪽 변호인이 남씨를 상대로 반대신문하는 과정에서다. 김씨 변호인은 남씨의 지난 10월18일 검찰 진술 조서를 인용하며 “2021년 9월18일 미국으로 출국한 이유에 대해 검찰에서 ‘정영학과 김만배가 서로 싸움이 났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이번에는 ‘정영학이 이낙연 전 대표 쪽인 윤영찬 의원을 통해서 김만배에게 크게 싸움을 걸었다’고 진술했다”며 확인을 요구했다. 이에 남씨는 “천화동인 1호 428억원, 50억원 클럽 관련 내용 등 ‘정영학 녹취록’에 포함된 자료를 정영학 쪽 변호인이 윤영찬 의원한테 넘겼다는 얘기를 기자로부터 들었다”고 답했다. 이에 김씨 변호인이 다시 “(지난해) 정영학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당시) 윤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들었다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게 들었다”고 했다.
이런 의혹은 지난해 대선 때도 불거진 바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 말 경기 수원지역 인터넷매체에 대장동 의혹이 실리고, 이어 <조선일보>에서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하자 첫 보도 출처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쪽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윤 의원(경기 성남중원)은 이낙연 경선 후보 캠프에서 정무실장을 맡아 이재명 경선 후보 관련 의혹을 공격하는 역할을 맡았다. 남씨의 법정 발언이 알려지자 윤 의원은 바로 반박했다. 윤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영학은 본 적도 없다. 정영학 주변에 있는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과 가까운 사이였다. 만나서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만 들었지, 뭘 폭로하고 자료를 전달하고 그런 차원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녹취록 등 전달받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윤 의원실은 따로 입장문을 내어 “지난 대선 때부터 유사한 내용으로 수차례 문의가 있었으나 일관되게 사실무근임을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경선 패배 뒤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중앙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고, 현재는 미국에 머물고 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남씨가 이재명 대표를 두고 “씨알도 안 먹힌다”고 말했던 발언도 다시 언급됐다. 김씨 변호인은 지난해 10월 검찰 조사를 받기 직전 남씨의 <제이티비시(JTBC)> 인터뷰 영상을 재생했다. 당시 남씨는 “내가 12년 동안 그 사람(이재명)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많이 해 봤겠어요, 트라이를? 씨알도 안 먹혀요”라고 말했다. 이 대표를 겨냥한 로비를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이에 김씨 변호인이 “이 인터뷰는 거짓이냐” “(지금) 주장대로라면 씨알이 많이 먹혔다는 것 아닌가”라며 남씨의 바뀐 진술을 문제삼았다. 이에 남씨는 “이재명은 공식적으로 씨알도 안 먹힌다. 밑에 사람이 다 한 거다. (이 대표 관련성은) 추측이니까 걱정돼서 함부로 말할 수가 없다”고 했다.
남씨는 또 “(지난해 정영학이 검찰에)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제출한 당일 저녁 정진상(이재명 대표 최측근)이 김만배에게 전화해 이를 알려줬다고 김만배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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