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3일 오전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의 열차 탑승을 저지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3일 아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의 열차 탑승을 두 시간 넘게 막았다가 뒤늦게 허용했다. 전장연은 “지연 행위가 없었는데 왜 막았느냐”고 공사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며 서울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승강장에서 대치를 이어가다 오후 중 해산했다.
3일 아침 8시부터 서울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열차에 탑승한 전장연 활동가 10여명은 이날 아침 8시34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승강장에 내렸다. 전장연은 이날 지하철을 탈 역을 사전에 알리지 않아 전날과 달리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열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승강장에 내린 전장연 활동가들은 공사 직원들과 경찰의 제지로 이날 오전 11시까지 열차에 다시 오르지 못했다.
공사 직원들과 경찰이 전장연 활동가들의 열차 탑승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 등 충돌이 일어났다. 공사 직원들은 승강장 안에서 마이크를 잡고 발언에 나선 활동가들을 제지하기도 했다. 현장에 나온 한 공사 관계자는 확성기로 “1년 넘게 지하철 시위하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느냐”고 말하며 활동가들에게 퇴거 명령을 내렸다.
이날 경찰은 승강장 안을 이동하려는 활동가들의 이동 자체도 방패 등으로 원천 봉쇄했다. 경찰은 전장연 활동가가 탄 휠체어를 손으로 붙잡고 방패 등으로 활동가들을 둘러쌌다. 이날 공사 쪽으로부터 퇴거 요구를 받은 활동가들이 “지하철을 타야 이동할 수 있다. 왜 막나”라고 소리치자 한 공사 직원은 “시위하러 가는 것 아니냐”며 열차 탑승을 막아섰다.
2시간 넘는 대치 끝에 공사는 이날 오전 11시가 돼서야 전장연 활동가들의 열차 탑승을 허용했다. 하지만 전장연은 “공사가 아무 근거 없이 탑승 자체를 막아섰다”며 공식사과를 요구하며 탑승을 거부했다. 전장연은 애초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254일차 지하철 선전전·1차 지하철 행동 해단식’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안전발판이 필요해서 공사 쪽에 요구했을 뿐인데 이걸 지연이라고 하는 건가. 공사는 이동 자체를 막아선 오늘 대응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전장연은 2시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해산했다.
전장연은 향후 계획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근처인 삼각지역이 들어선 4호선 노선에서 새해 지하철 시위를 매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4호선을 이용하시는 시민분들께 무거운 마음으로 죄송함을 표한다. 전장연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언급한 1분 이상 지체되는 큰일 난다’는 것에 대해서 무겁게 고민하겠다. 그럼에도 출근길 4호선에서 예상되는 지체시간을 고려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전장연은 다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면담이 이뤄지면 지하철 선전전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3일 오전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의 열차 탑승을 저지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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