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29일 밤 10시15분 서울 용산 이태원 해밀턴 호텔 뒤 골목에서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30일 새벽 사고 현장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소방청이 운용하고 있는 ‘다수사상자 관리시스템’(MCMS)이 오류가 잦고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단말기가 부족해 현장에서 실시간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2018년 소방청이 자체 개발해 이듬해 전국에 보급한 이 시스템은 다수사상자 발생 때, 병원 정보나 이송환자 현황을 의료기관 등에 전파하고 여러 정보를 주고받는 구실을 한다.
윤건영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위원이 확보한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무전녹취록을 보면,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10월29일 오후 11시47분 “다수사상자 프로그램을 청에서 개방해놓은 상태고 환자 이송시에 수기 기록 철저히 하기 바람”이라는 무전을 보낸다.
하지만 10월30일 오전 0시53분 한 구급차량에서는 “현재 다수사상자시스템 입력 불가”라는 무전을 한다. 일부 현장에선 제대로 데이터 입력이 되지 않은 것이다. 경기소방재난본부 무전녹취록에도 이날 오전 3시33분 한 구급대가 “사상자 이송 후 즉시 (다수사상자 관리시스템) 입력 완료했음”이라고 무전을 했지만 본부에선 “기재 내용이 뜨지를 않아서 그런다. 다시 한번 확인”이라고 답변하는 등 입력 데이터 확인에 혼선을 빚는 모습도 보였다.
다수사상자 관리시스템은 소방을 비롯한 재난 관련 기관이 다수사상자 현황을 공유할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시스템이다. 유·무선이나 모바일 상황실로 소통하면 다수사상자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어 소방청에서 자체 제작했다. 하지만 현 시스템이 구급차량당 1개씩 주어지는 단말기에서만 접근이 가능하고, 유사한 내용을 입력하는 구급일지와 통합이 되어 있지 않아 구급대원이 서류를 이중으로 작성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 때문에 다수사상자가 발생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실시간 대응이 어려워진다.
실제로 이태원 참사 당시 해당 시스템을 활용했는지를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소방청은 “선착구급대는 환자 중증도 분류 중심으로 역할을 해 다수사상자 관리시스템은 활용하지 않았다”며 “구급대원이 응급처치 등으로 입력 지체 시 병원 이송 후 등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을 두고 소방청은 재난 초기 구급상황관리센터와 현장 구급대원이 실시간으로 환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내부 메신저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 현장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 한계가 많은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충남소방본부는 2018년부터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들여 사물인터넷 기술(무선 통신을 이용해 각종 사물을 연결해 사용하는 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이송 현황을 자동으로 파악하고 구급 자원 관리를 하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다른 지자체는 소방청이 자체 제작한 다수사상자 관리시스템을 고집한다. 신동민 한국교통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대형재난이 발생하면 환자 분류가 최우선이고 그것에 대한 기록이 남겨져 있어야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며 “의료기관과 연계가 돼서 현장 처치나 이송 현황을 자동으로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데도 도입하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소방의 현재 시스템은 거의 작동이 안 된 셈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방청은 올해 24억원가량의 예산을 들여 다수사상자 관리시스템, 구급일지, 모바일상황실 등을 통합한 ‘119구급 스마트시스템’ 플랫폼을 새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보건복지부와 의료기관 등 유관기관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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