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진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대외협력팀장 및 유족들이 6일 오후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서 서울시 관계자가 전달하러온 분향소 강제 철거 2차 계고장을 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추모 공간 논의 도중 갑자기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했다며 자진 철거를 요구하자, 유족들은 ‘사실과 다르다’며 서울시와의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는 7일 입장을 내고 “참사로 희생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국가가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마치 선심을 베풀듯한 태도로, 유가족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통지하는 서울시는 소통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유가족협의회는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서울시와 더이상 직접 소통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앞서 서울시 오신환 정무부시장이 분향소 철거 시점을 오는 15일로 미루고, 이번 주말까지 유가족이 선호하는 장소를 제안해 달라고 한 요청을 거부한 것이기도 하다.
유가협은 그간 새 추모공간 논의에 소극적이었던 서울시가 언론 발표 등을 통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한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유가족들이 용산구청이나 녹사평역 등 사고 현장 인근의 공공건물을 추모공간으로 마련해 달라고 먼저 요구했고, 협의를 거치며 녹사평역 내부를 제안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가협은 “서울시는 일방적인 면담요청만 있었고, 추모·소통 공간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21일 제안한 민간건물 3곳 이외에 어떤 제안이나 협의도 없었다. 이 또한 유가족에게 직접 제안한 것도 아니고, 내용면에서도 수용이 불가능한 제안이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녹사평역 지하4층 공간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다는 서울시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가협은 “오히려 유가협이 공식적으로 세종로 공원 분향소 설치를 요청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녹사평역을 ‘기습적으로’ 제안한 사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와의 논의 과정에 참여했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윤복남 변호사는 “추모공간을 논의한 시점은 49재(2022년 12월16일) 뒤인데 서울시는 유족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간다고 하니 한 달이 넘게 지난 1월 말에야 녹사평역을 제안했다”며 “애초 서울시가 민간시설만 고집해 녹사평역이나 용산구청, 용산가족공원 등 공공시설물도 많다고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당시에도 서울시는 이런 공간 사용을 거절했다. 녹사평역이 유족들 사이에 합의된 공간도 아니었고, 유가족과 서울시 사이 공식 협의조차 없었다”고 전했다. 윤 변호사는 또 “서울시는 지난 한 달 반 동안 성실하게 협의를 했던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민간시설을 제안한 뒤엔 아무런 논의가 없었다”며 “유가족 뜻을 존중하는 것이 기본인데 최후통첩을 하는듯한 서울시 태도는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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