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서울 녹사평 이태원광장 시민분향소에서 게네고의 모습을 바라보는 누하일 아흐메드. 장예지 기자
지난달 4일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엔 프랑스 국적의 희생자 게네고 리마무(34)의 영정이 걸렸다. 고인의 사촌이 프랑스에서 보내온 영정 속 그는 머플러를 두른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의 영정이 한국에 올 수 있었던 건 국내 유족과 프랑스 유족의 다리를 놓아준 인도 청년 누하일 아흐메드(33)의 덕이었다.
“외국인 희생자 가족들은 한국에 살지 않기 때문에 (이태원 참사) 뒤 상황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해요.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묻고 싶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가족도 있었어요. 전 그들이 배제되는 걸 원치 않았고, 한국의 유가족 모임 구성원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길 바랐습니다.”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만난 누하일은 이렇게 말했다.
이태원 참사로 숨진 159명 중 외국인은 26명으로 약 16%에 이른다. 그러나 언어 한계와 정보 부족 등의 문제로 외국인 희생자 가족들이 느끼는 답답함은 크다. 여느 유가족처럼 희생자의 사망 경위와 구조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은 이유, 그리고 책임 소재를 따져 묻고 싶어도 한국에 체류하지 않는 이상 마땅한 연결 통로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은 외신이나 에스엔에스(SNS) 등에서 단편적으로 정보를 얻고 있다.
이태원 참사 현장의 생존자이기도 한 누하일은 평소 안면이 있던 게네고와 지인이던 스리랑카 희생자 무하마드 지나트(26)의 장례를 도우면서 이런 문제를 인식하게 됐다. 참사 직후엔 유족들이 필요한대로 무슬림식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사람을 찾아주고, 각국의 절차에 따라 주검을 옮기는 과정에서 경찰 등과 소통하는 창구도 됐다.
이를 계기로 누하일은 프랑스와 스리랑카 희생자 가족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및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티에프(TF)’를 이어주는 가교 구실을 하고 있다. 외국의 유족들은 법적 대응 및 정부와의 소통 등을 누하일을 거쳐 진행하고 있다. 외교 당국이 해야 할 일을 민간 외국인이 하는 셈이다.
유족들을 지원하는 시민대책회의와 민변에서도 외국인 유족과의 소통 방법을 고민 중이다. 이미현 시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은 “한국에 있는 지인이나 외신 보도를 보고 유가족협의회의 공식 이메일 등으로 연결된 경우도 있다”며 “현재 약 8가족이 연결됐는데, 누하일처럼 국내에서 다리 역할을 해 줄 사람이 있으면 외국인 가족과의 소통이 더욱 원활하지만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민변 이태원 참사 티에프도 내부 팀을 꾸려 외국인 유족과 한국의 유가족 사이 소통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티에프 소속 서채완 변호사는 “여러 방면으로 국외 유가족과 함께 연대할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고 했다.
이태원참사 시민분향소에 영정사진으로 올린 게네고의 모습. 그가 한국에 오기 전 프랑스에서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이다. 유족 제공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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