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사 수사권을 축소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른바 ‘검수완박법’)이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법 취지를 거스른 시행령에 대해 “적법하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장관은 ‘시행령이 모법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입장인데, 헌법재판소조차 ‘해당 법은 검사 수사권을 축소시키는 게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한 장관 스스로 헌법에 대한 최종적 해석 기관인 헌법재판소에 질문을 던져 나온 답변임에도 이를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한 장관은 27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시행령은 개정 법률에 맞춰 개정됐기 때문에 바뀔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저희가 개정한 시행령은 정확하게 그 법률의 취지에 맞춰서 개정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지난해 법무부는 검찰청법 등이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줄이자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를 되돌렸는데, 이 시행령이 모법 취지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검찰청법,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
개정 전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개정 후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당시 법무부는 법 개정 후에도 조문에 남아 있는 ‘등’을 적극 활용했다. 법을 개정하며 제외된 공직자범죄와 선거범죄 중 일부를 ‘등’에 포함시켜 시행령에 집어넣었다. 법개정은 무력화됐고, ‘시행령 쿠데타’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해당 시행령은 헌법재판소의 법 해석과도 충돌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3일 개정 검찰청법 등에 대해 판단하면서 ‘해당 법률이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했다’고 명확히 밝혔다. 헌재의 공식의견인 다수의견은 물론이고, 소수의견도 견해가 비슷했다. 소수의견(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개정 법률안에서 빠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를 두고 “검사가 1차로 수사를 개시할 수 없게 된 영역”이라고 적시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에 ‘등’자도 있으니 위임받은 범위 내의 시행령이라고 법무부가 주장할 수 있겠지만,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축소하는 모법 취지에 맞는 시행령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법무부가 시행령을 다시 (수사권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원상복귀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법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한 장관의 주장은 법무부 주장과도 배치된다. 지난해 법무부가 헌재에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서를 보면, 법무부는 개정안을 두고 “2022년 (법) 개정은 그 대상 영역을 (부패·경제범죄 등) 2대 범죄로 더욱 제한하는 취지로 이뤄지게 됐다. 이로써 직접수사를 수행할 수 없게 돼 소추권의 정상적 행사 자체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스스로 2대 범죄로 수사권이 축소됐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당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에 대한 (다른) 해석론이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두 내용이 모순된 게 명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해당 법률의 전체적인 내용과 절차가 위헌인 점에 대한 판단을 구한 것이다”라며 “(지난해 개정한 시행령은) 헌법재판소 결정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결정문의 내용과도 모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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