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참석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특별상을 수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감소 추세였던 산재사망자 수는 2021년보다 무려 143명이 늘어 2022년에는 2223명을 기록했다. 매일 6명이 넘는 사람이 일하다 죽고 있다.”
2022년 한 해 동안 산재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기업을 알리는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상을 받았다.
2006년부터 매년 노동건강연대와 매일노동뉴스, 민주노총이 참여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은 하루에 5~6명의 노동자가 일하다가 사망하는 현실을 알리고 기업의 책임과 처벌 강화를 위해 매년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하여 발표하고 있다. 2022년에는 현대건설, 2021년에는 한익스프레스, 2020년에는 대우건설 등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됐다.
참석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특별상을 수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은 고용노동부 산재사고사망 발생 기업 정보공개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는 고용노동부가 산재사고 사망자료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기업명 및 기타 기본적인 정보 모두를 가려 사실상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2023년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할 수 없었다. 2006년 이후로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부에서도 공개됐었고 한 번도 정보공개 거부가 없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비공개로 바뀌었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는 “정부는 기업명 공개가 기업 법인의 명예를 훼손할 여지가 있고,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으며,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할 수 있어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고 다른 법률 규정이 있는 경우 개인정보를 제삼자에게 제공해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 되지 않는다”고 정부의 정보공개 거부 논리를 반박했다.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 대신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 등 참석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특별상을 수여했다. 참석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기업 경영 활동에 부담된다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과 노동자를 과로로 내모는 노동시간 개악, 기업의 책임을 완화하고 노동자 처벌을 강화하는 산안법 개악을 시도”하고 있으며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할 정부가 10·29 이태원 참사의 국가 책임을 회피하고 축소 왜곡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에게 특별상을 수여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는 2020년 10월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과로로 사망한 장덕준씨 어머니 박미숙씨와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이 참가했다. 박씨는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 죽음으로 끝났습니다”며 “다시는 덕준이와 같은 죽음이, 저희 가족과 같은 고통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발언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이 2020년 10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과로로 사망한 20대 노동자 장덕준씨 어머니 박미숙씨의 발언을 듣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과로로 사망한 20대 노동자 장덕준씨 어머니 박미숙씨가 참석자들과 함께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과로사로 아들을 잃은 박미숙씨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사람들의 넋을 위로하는 상여 위에 국화를 올려놓고 상여를 쓰다듬고 있다. 김혜윤 기자
참석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한 사람들의 넋을 위로하는 상여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에서 ‘2023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달하려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자, 경찰이 저지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김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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