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육아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올해 하반기부터 동남아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시범 도입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부모들 사이에서는 “근본적인 문제는 건드리지 않은 임시방편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9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는 가사·돌봄 등에 대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실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6월 중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 계획을 완성해 이르면 하반기부터 일정 규모 외국인을 비숙련 취업비자인 E-9 체류 자격으로 입국 허가할 방침이다.
정부는 우선 올해 하반기 100명 규모로 최저임금을 적용해 서울시에 시범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야간이나 주말 근로가 추가되고 각종 수당 등을 포함할 경우 실제 외국인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금액은 월 200만원 선이 될 전망이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육아 부담을 줄여 저출생 문제를 완화한다는 취지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달 26일 오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벨상 수상자도 거론한 외국인 가사도우미’란 제목의 글에서 “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제도에는 선악이 없고 다만 그걸 활용할 때 장점을 취해서 우리 실정에 맞게 적용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9월 오 시장은 “아이 때문에 일과 경력을 포기하는 경우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정책을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정책을 두고 부모들은 노동시간 단축이나 육아휴직 확대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해결책은 건드리지 않은 “미봉책”이라고 비판한다. 서울 종로구에서 13개월 아기 키우는 김아무개(35)씨는 “근로시간 단축이나 엄마, 아빠 모두 육아휴직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노동 환경 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제대로 건드리지 않으면서 자꾸만 임시방편식 대책들을 내놓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4살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김새힘(31)씨도 “월 200만원 주고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바엔 차라리 내가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돌볼 것 같다. 육아휴직 제대로 못 쓰는 상황에서 돌봄 비용도 갈수록 늘어나는데, 이런 문제들은 해결할 의지는 보이지 않으면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해 아이 돌보라’는 대책은 저출생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했다.
온라인에서도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두고 싸늘한 반응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정부는) 근로시간 줄일 생각은 죽어도 없다. 근로시간 단축하고 아빠 육휴 의무화만 해도”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정말 문제는 아이 낳고 경력 단절되는 것과 (아이) 봐줄 사람이 없다는 건데”라고 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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