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의 대정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돈봉투 부스럭’에 이어 구체적인 통화 녹음 내용까지 거론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체포동의 요청 설명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수사 기밀 유출을 우려해 법무부에 자세한 증거관계를 보고하지 않던 과거와 달리 세세한 수사내용까지 법무장관에게 보고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의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며 ‘증거관계’를 “몇 개 추려 시간순으로” 설명했다. “2021년 3월18일 이정근씨가 강래구씨에게 ‘이성만 의원님께서 오늘 100만원을 주고 갔다’고 말하는 통화녹음”이 있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한 장관이 이날 언급한 통화 녹취 내용 대부분은 강씨 공소장이나 윤 의원 체포동의안 등에 들어있지 않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 요청 때 언급한 ‘돈봉투 부스럭’ 및 ‘쇼핑백 영상’ 발언도 지나치게 자세해
‘피의사실공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형법 제126조는 ‘검찰, 경찰 그 밖에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소제기 전 공표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한 장관은 수사업무를 감독하는 자이기 때문에 그의 행위는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표결의 근거자료로서 범죄혐의와 증거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국회법 제93조에 따른 법무부 장관의 당연한 임무”라는 입장이다.
한 장관의 ‘상세 브리핑’은 검찰의 보고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법적 근거는 ‘검찰보고사무규칙’이다. ‘법무장관에게 국회의원 등의 범죄를 보고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조항이 있다. 어떤 내용까지 보고가 가능한지 등이 세세히 규정돼 있지는 않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와 검찰이 ‘한몸’일수록 보고가 자세히 이뤄진다’는 해석이 나온다. 직전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1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장관 시절 체포동의 요청 전에) 구체적인 증거관계를 보고받지 못했다”며 “지금 (한 장관 정도) 설명이면 실시간으로 수사 사안을 보고받는 게 아닌가 싶다. 수사 지휘가 암묵적으로 가능해지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세한 증거관계 설명은) 피의사실공표에 해당함은 물론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도 “법무부는 청와대와 바로 연결돼 있어 기밀이 유출될까 봐 원래 검찰이 자세한 증거관계를 보고하지 않는다. 통상 대검찰청에 보내면 검찰총장이 걸러서 보고한다”며 “현재는 (한동훈) 장관 입김이 저렇게 강한데 어떻게 (검찰이) 보고를 안 할 수 있겠나. 인사 보복이 무서워서라도 검찰이 먼저 나서 (증거관계를)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도 “자세한 내용까지 보고받는 건 검찰 출신 장관의 특징이다. 검찰과 대립한 비검찰 출신 장관들은 그 정도 보고를 받지 못한다”라며 “(국회에서 한 증거관계 설명은) ‘언론 플레이’에 익숙한 특수부 출신 (한동훈) 장관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짚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 15일 기자들에게 “체포동의안 설명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장관에게 (증거관계를) 설명했다. 그 범위 내에서 장관도 국회에 설명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