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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해경 무죄…‘이태원 참사’ 경찰 수뇌부도 처벌 피하나

등록 2023-11-02 15:28수정 2023-11-03 07:27

직급 높고 무능할수록 업무상과실 책임 가벼워
‘말단만 처벌’ 이태원 참사 재판서 반복될 수도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사제들이 집전하는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미사가 열리는 가운데 참석자들이 촛불과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사제들이 집전하는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미사가 열리는 가운데 참석자들이 촛불과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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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구조세력에 대한 지휘·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한 논리는 ‘예견하기 어려웠다’였다. 세월호 현장 상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이때문에 해경지휘부가 승객들이 선내 대기 중이란 사실을 알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윗선 역시 ‘사고를 예측할 수 없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번 판결로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한 경찰과 공무원 윗선에 대한 처벌 역시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일 대법원이 확정한 세월호 해경 지휘부 ‘무죄판결’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법원은 세월호 선장이 ‘퇴선 명령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해경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탈출해 해경 지휘부가 대형 인명피해 가능성을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현장에 출동한 경비정 '123정' 등 구조세력이 구체적인 현장 상황을 보고하지 않아 주어진 정보만으로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오인할 수 있었다고 봤다. 

사실상 직급이 높고 현장 파악 능력이 떨어질수록 업무상 과실에 대한 형사 책임이 가벼워진 셈이다. 실제로 세월호 구조 실패의 책임을 물어 기소된 해경은 모두 12명이었지만 ‘유죄’가 선고된 해경은 당시 현장 지휘관이었던 김경일 당시 123정장이 유일하다. 안전관리와 구조의 방향을 결정하는 지휘부는 다 빠져나가고 현장 책임자만 법적 책임을 진 것이다. 

검찰은 김 전 해경청장 등 해경 지휘부를 징역형이 확정된 김경일 전 목포해양경찰서 123정장과 같은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며 ‘과실범의 공동정범’ 논리를 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실범의 공동정범은 공모하지 않았더라도 여러 사람의 과실이 합쳐져 피해가 발생했다면 모두를 공범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 건설사 관계자, 공무원 등이 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으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앞서 이태원 참사를 수사한 경찰 특별수사본부 역시 수사 초기부터 공동정범 법리를 구성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해경지휘부를 공동정범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 윗선을 수사 중인 검찰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을 검찰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보강 수사”를 이유로 지금까지 기소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책임을 물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경찰 등 공무원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총 7명이 전부다. ‘윗선’은 아직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

이번 판결 논리대로라면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같은 총책임자는커녕 기소된 이 전 서장조차 처벌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 용산서장은 “참사 발생사실을 제때 보고 받지 못했고 무전 내용이 잘 안들렸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구성한 ‘세월호국민고소고발대리인단’ 단장인 이정일 변호사는 한겨레에 “대형 재난 상황에서는 각 구조현장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취합해 판단하고 지시·조율하는 지휘부 역할이 중요한데, 법원은 주어진 정보가 적어서 잘 몰랐다는 핑계를 면책 근거로 받아준 셈”이라며 “이태원 참사 등에도 이 판결이 일종의 준거로 작동해 지휘부가 처벌을 피해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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