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넉 달째 기약 없는 오송 참사 수사…‘중대시민재해’ 적용될까

등록 2023-11-16 07:00수정 2023-11-16 08:45

지난 7월18일 오전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수색구조현장에서 경찰들이 지하차도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18일 오전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수색구조현장에서 경찰들이 지하차도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오송 참사’ 수사본부를 꾸린 지 4개월 가까이 흘렀지만 수사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8개 기관·업체의 잘못이 중첩돼 발생한 오송 참사는 수사 대상이 많고 법리 구성도 어려운, ‘난도 높은’ 사건으로 평가된다. 수사팀이 ‘늪’에 빠져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유족들은 기관장들의 책임을 묻기 위해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5일 한겨레 취재 결과, 지난 7월 충북 청주지검에 꾸려진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검찰 수사본부’에 파견된 검사 9명은 현재까지도 원청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수사본부의 정희도 부본부장도 지난 9월 인사에서 안산지청장으로 발령 났지만 여태 정식 부임을 하지 못했다.

이처럼 수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수사 대상이 방대하기 때문이다. 입건된 피의자는 국무조정실이 의뢰한 36명과 생존자·유족 쪽에서 고소·고발한 기관장 6명 등 총 42명에 이른다. 수사본부가 현재까지 불러 조사한 인원은 피의자와 참고인을 더해 200명을 넘겼다. 기관 20여곳을 압수수색했고 공무원 휴대전화도 200여대 확보한 수사본부는 현재 압수물과 참사 현장 검증자료를 분석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세월호(해경)나 이태원·초량지하차도(경찰·지방자치단체·소방) 참사와 비교하면 오송 참사는 연루 기관도 8개 기관·업체로 방대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충청북도, 충북경찰청, 청주흥덕경찰서, 청주시, 충북소방본부, 시공업체, 감리업체 등이다. 이들의 잘못이 중첩돼 참사가 발생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수사할 양도 많지만 인과관계 구성도 쉽지 않다.

최근 법원이 대형 참사에 연루된 공무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잇따라 무죄를 선고하는 점도 부담이다. 대법원은 지난 2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를 받은 해경 지휘부의 무죄를 확정했다.

오송 참사와 유사한 ‘2020년 부산 초량지하차도 사고’에서도 기소된 공무원들이 1심에서는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는 대부분 무죄를 선고받거나 감형됐다.

오송 참사 피의자 중 한명의 변호인은 한겨레에 “쟁점이 굉장히 복잡한데다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따지기도 쉽지 않다”며 “검찰은 윗선을 노리는 듯하지만 윗선의 지시나 방조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중대시민재해) 혐의 적용 여부가 수사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본다. 이경구 오송참사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말단보다는 기관장을 처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는 윗선에 책임을 묻기 쉽지 않기 때문에 중대시민재해 혐의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 쪽 법률대리인인 홍석조 변호사는 “각 기관이 실제 관리 주체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게 수사 결과로 밝혀지면 중대시민재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중대시민재해를 이유로 책임자가 기소된 사례는 없다.

현재까지 기관장 소환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청주지검 관계자는 “재난 사건은 원인을 정확히 규명해 책임자를 정확히 처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른 재난 사고와 비교하면 수사 속도가 느린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수사본부는 기관장 6명에 대해 중대시민재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추석 때 생선전  드시지 마세요”...의사 출신 의원 당부 왜? 1.

“추석 때 생선전 드시지 마세요”...의사 출신 의원 당부 왜?

의료공백 애타는 환자들 “언제까지 정원 얘기만…환자 고통이 중심돼야” 2.

의료공백 애타는 환자들 “언제까지 정원 얘기만…환자 고통이 중심돼야”

‘만취 뺑소니 사망사고’ DJ예송, 2심서도 징역 15년 구형 3.

‘만취 뺑소니 사망사고’ DJ예송, 2심서도 징역 15년 구형

아무도 아무도 없는, 쓸쓸한 아파트 4.

아무도 아무도 없는, 쓸쓸한 아파트

‘청부민원’ 공익신고자 색출하겠다며…경찰, 또 방심위 압수수색 5.

‘청부민원’ 공익신고자 색출하겠다며…경찰, 또 방심위 압수수색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