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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남북관계 풀면서 ‘한반도 선진화’ 비전 있어야

등록 2007-06-15 18:58수정 2007-06-16 00:18

백낙청 교수와의 대담
백낙청 교수와의 대담
6월항쟁 20돌 끝나지 않은 6월 : 2부 한국사회 어디로?
② 한국사회 미래논쟁 (상) 백낙청 교수와의 대담
〈한겨레〉는 6월 항쟁 스무 돌을 맞아 ‘끝나지 않은 6월’ 시리즈의 마지막 차례로 ‘한국사회 미래 논쟁’이란 주제로 세 차례 연속 토론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두 차례 열린 백낙청 교수, 최장집 교수와의 좌담을 먼저 싣는다.

한국 진보학계의 대표적인 두 지성과 만나 우리 사회의 앞날을 내다보고 진보개혁 세력이 나아가야 할 길을 들어보고자 했다. 백 교수는 우리 시대의 과제를 돌파하는 한 방안으로 ‘변혁적 중도주의’를, 최 교수는 ‘정당 민주주의’를 강조해 왔다.

이번 토론에서도 백 교수는 최 교수가 주장하는 민주주의론을 두고 “분단 현실에 대한 시각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고, 최 교수는 백 교수의 분단 체제론을 “분단 체제 극복을 통일담론과 직결해서 다루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백낙청 교수와의 대담
백낙청 교수와의 대담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69)는 ‘분단’을 화두삼아 그 극복을 모색해 온 대표적인 진보학계의 원로이다. 일찍이 ‘남북한을 서로 독립적인 체제가 아니라 상호연관을 가진 복합체’로 인식하는 분단체제론을 설파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6·15남북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 남쪽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60~70년대 한국 지식인층의 사회·문학비평 담론을 이끈 계간 〈창작과 비평〉을 창간하고, 민족문학론을 설파한 문학평론가이기도 하다. 70년대에는 유신헌법에 반대하는 ‘개헌청원 지지 문인 61인 선언’에 동참했다가 같은 해 12월 서울대 교수직에서 파면되기도 했다.

△미국 브라운대 영문학 △미국 하버드대 영문학 박사 △서울대 교수(영문학) 정년퇴임 △현 〈시민의 방송〉 이사장

남한 혼자만 선진화하는 건 또하나의 허상
분단이야말로 우리사회가 씨름해야할 화두

[6월항쟁과 그후]

-6월항쟁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절반의 승리, 미완의 승리’라고 했고, 보수세력은 전반부 10년은 언급 않은 채 후반부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한다. 최장집 교수(고려대) 같은 분은 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가 질적으로 더 나빠졌다고까지 평가한다. 선생님은 성공한 시민혁명이라고 하셨는데, 그렇게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백낙청 “6월항쟁은 성공한 시민혁명”

[%%TAGSTORY1%%]

=미완의 혁명이라거나 실패했다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워놓고 규정하는 자의적인 판단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절반의 승리’를 말하는 것은 민주화가 아직도 더 진행되어야 한다는 뜻에서는 공감하지만 한반도적 시각이 빠져있다. 남한 상황만 놓고 수구세력과 민주세력을 갈라놓는 것은 분단체제 변혁을 위해 합리적 보수까지 함께 가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에 어울리는 설정이 아니라고 본다.

‘잃어버린 10년’ 주장은 말이 안 된다. 그러나 지난 10년만 너무 따로 떼어 옹호하는 것도 보수진영의 논리에 말려드는 것이다. 요즘 독재와 권위주의를 섞어 쓰는데,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은 독재였고 노태우 정권은 권위주의지만 독재는 아니었다. 민주화 20년의 연속성도 보아야 한다. 최근 10년의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는 2000년 6·15공동선언인데, 이는 98년의 정권교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노태우 정권 하의 남북연합 제안이라든가 남북기본합의서에 뿌리를 둔 것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10년 주장에 대한 공감이 있는 것은 일반 민중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상황이 연관돼 있다.

=대중들에게 양극화는 생활상의 어려움으로 분명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과거 10년의 역사 혹은 20년의 역사가 실패다라는 말이 귀에 쏙쏙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 아닌 학자들까지 그렇게 선동적으로 말해야 되는가? 가령 과거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람들을 복권하는 조치, 이런 것은 직접 관련 안된 사람들은 기분이 좀 좋기는 해도 생활에 와닿지는 않는 문제이고 6·15시대의 개막으로 인해서 국민 전체가 엄청난 혜택을 보지만 직접적인 이득을 봤다고 실감하는 사람은 제한돼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을 제대로 정리하는 게 학문하는 사람들의 의무다.

-97년 이후 양극화의 심화와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지연은 외환위기에서 비롯된 것인가? 87년체제 자체 안에 그런 한계를 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시장만능주의적 세계화가 전 지구를 휩쓸고 있는 현실에서 아이엠에프 위기가 아니더라도 양극화는 어느정도 불가피했다고 본다. 그런 대세를 결정적으로 반전시키는 체제변화를 성공한 혁명이라 한다면, 그것은 시민혁명 이후 제2의 혁명이다. 분단체제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런 제2의 혁명을 실현가능한 목표로 설정하고 그것이 안됐다고 해서 정권을 탓하고 자유주의자를 탓하는 게 온당한지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싶다.

[민주주의와 분단체제]

-최장집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과 관련해 정당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민주화가 제대로 되려면 국민들이 자신의 이념이랄까, 지향에 맞는 정당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맞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에서 정당정치를 어렵게 하는 요소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그걸 가능한 일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한국은 분단된 현실 속에서 짧은 기간에 경제성장을 했고 획기적인 민주화를 이뤘다. 독일과 달리 동족상잔을 경험했는데도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통일에 합의해 진전시키고 있다. 이런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사회발전 모델도 이런 현실에 맞는 한국형을 창안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북구·프랑스· 독일 등의 모델도 공부하고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영미식 자본주의도 공부해야 한다. 그러나 기성의 어느 모델이 좋으니까 그걸 따라가자는 논의들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정당정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회에 정당정치를 어떻게 꽃피울지를 고민해야 한다. 한국에 정상적인 정당정치가 없다는 것은 맞다. 이런 문제점이 지적될 때면 우익이나 보수쪽은 ‘분단현실의 특수성’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액면대로 보면 맞는 말이다. 다만 그들은 분단현실의 특수성을 오히려 간직하고 싶어하고 특수상황의 억압들을 항구적인 걸로 받아들이려 한다. 분단이라는 특수성이야말로 우리사회 모든 논객과 사회과학자들이 붙들고 씨름해야 할 화두이다. 분단현실의 억압성도 있고 동시에 분단현실을 완화, 해소해가는 한반도 특유의 개방성도 있는데, 분단의 특수성이란 담론을 보수파에게 넘겨주거나 반미자주통일의 단순논리에나 맡겨두고 있으니 이건 지식인사회의 엄청난 직무유기다.

백낙청 “한반도 전체 선진화 고민할 때”

[%%TAGSTORY2%%]

-지난해 북이 핵실험 했을 때 남한사회가 예전만큼 흔들리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북한 변수는 이제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 됐다며 남한만의 발전전략을 주장하기도 한다.

=북한 핵실험 이후 남한사회의 반응은 6·15 이후 우리 사회의 역량이 늘어난 때문이다. 그러나 분단체제와 관련해서 중요하게 지적할 점은 북에서 핵실험을 하고 한반도 긴장이 다시 높아지니 분단체제가 복원되는 게 아닌가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북의 핵실험은 분단체제가 다시 안정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상타파를 위해 극단적 수단을 동원했다고 봐야 한다. 남한만의 발전을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북을 잊어버리고 살려고 한다고 북이 고분고분히 잊혀져주는가. 북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질서를 타파하기 위해서 온갖 수단을 다 쓰게 마련이고 핵무기 개발까지도 한다. 핵실험 얼마 뒤 다시 6자회담 테이블에 나오고 부시도 정책을 바꿨기 망정이지 2차 실험까지 갔으면 아무리 우리 내부가 성숙했더라도 국가신인도가 떨어지고 어디서 어떤 충돌과 혼란이 발생할지 예견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남한이 북을 적대시하면서 혼자만 선진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당장 통일은 안 하더라도 남북관계를 풀어가면서 선진화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한반도 전체를 선진화하겠다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것 없는 선진화론은 또하나의 허상이다. 나쁜 경우는 남북대결을 조장하면서 기득권을 강화하는 입장을 미화하는 이름일 수 있다.

-선진화 얘기 나왔으니 말씀인데 보수진영의 선진화 담론이 우리 민족의 미래 전략으로 타당한가?

=선진화의 내용을 따져봐야 한다. 민주화되고 인권이 보장되고 지난날의 어두운 현실이 햇볕에 드러나는 거야말로 선진화의 일부다. 왜 신자유주의에 편승해서 경제성장하는 것만 선진화인가? 우리사회의 개혁진보세력이 선진화담론 자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기존의 선진화론자들과 접점도 찾고 잘못된 것 적극적으로 비판도 해야 한다. 나 자신은 ‘한반도 선진사회’라는 걸 내세운 바 있다.

민주화·경제자유화·남북접근
우리 실정 맞게 새 배합 필요

백낙청 교수와의 대담
백낙청 교수와의 대담
[진보진영의 올 대선전략]

-올 대선은 민주화의 미래를 가름하는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진보진영에서는 아직 뚜렷한 주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선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에 정권을 넘겨줄 수 있는 것도 민주화”(최장집 교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선생님께선 개혁진영의 단결을 주장하시는데….

=나뿐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라 믿는다. 다만 실현방법이 아직 눈에 잘 안 보인다. 나는 현실정치 전문가가 아니라서 답을 제시할 수 없지만 더 기다려볼 문제다. 미리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다. 우리의 선택은 87년체제를 질질 끌고 갈 것인가 아니면 변혁적 중도주의라는 유일한 타개원칙을 중심에 놓고 그에 걸맞는 정책배합, 세력연합을 이뤄내는가 하는 것이다.

87년체제의 양대 흐름을 민주화와 경제적 자유화로 보면서 지금 양자가 교착상태에 빠졌고 오히려 경제적 자유화가 우위에 서게 되었다는 김종엽 교수(한신대)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나는 87년체제를 좀 더 정확히 보려면 세 개의 흐름을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민주화, 경제적 자유화, 그리고 남북의 접근이다. 이 셋의 배합이 지금 일종의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 현재의 위기다. 우리가 87년체제 이후의 새 체제를 출범시킨다 해도 셋 중에 어느 하나를 청산한다든가 완전히 제압하는 해법은 없다. 민주화의 원칙이 확실히 견지되고 남북접근도 시민참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경제적 자유화도 우리 실정에 맞게 진행시키는 새로운 배합이 필요하다. 현시점에서 신자유주의를 완전히 압도하는 체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중의 생활상의 복지라든가, 정부 정책의 공공성이 어느 정도는 관철되는 경제적 자유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세 흐름의 이런 새로운 배합을 이루는 원리가 변혁적 중도주의다.

-‘변혁적 중도주의’와 관련해 양 극단을 배제한 민족해방·민중민주·시민민주 진영 등 3자가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현실적으로 그것을 가능하게 할 동력이 있을지….

=현실적으로도 그렇게 가고 있다. 기존의 방향 그대로 가려는 이들은 맥을 못 추게 되어 있다. 많은 대중이 당장에 쉽게 공감하는 온건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 가운데 한반도 전체를 설계하는 변화가 아니면 개혁도 제대로 안 된다는 걸 깨닫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남북접근이나 평화문제를 경제성장, 시민들의 생활향상과 결부시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좁은 의미의 좌파가 여전히 세력을 갖고 있지만 그 논리만 가지고는 자기들 목표를 실현할 기회가 안 돌아올 거라는 게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민족해방을 주장하는 급진적 통일론자들과도 소통해서 북한에 대한 인식을 정리하면서 온건개혁세력과의 연대전략도 세워야 한다는 인식이 더욱 확산될 것이다. 이런 인식의 진전을 이룩해가는 여러 세력을 합칠 수 있는 게 변혁적 중도주의다.

-올 대선에선 개인적으로 어떤 입장인가?

=6·15남측위원회 대표는 현실정치에 대해 다소 초연한 자세를 취하는 게 어울린다고 믿는다. 정리 권혁철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백낙청 “‘변혁적 중도주의’가 한국사회 대안”

[%%TAGSTORY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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