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쇠락한 항구도시가 문화명소로…‘빌바오의 기적’

등록 2008-10-12 22:46

세계적인 건축가 시저 펠리가 설계한 아반도이바라 지구. 왼쪽이 구겐하임 미술관, 가운데 오피스타워, 오른쪽이 오스칼두나 국제회의장. 사진 빌바오리아2000 제공
세계적인 건축가 시저 펠리가 설계한 아반도이바라 지구. 왼쪽이 구겐하임 미술관, 가운데 오피스타워, 오른쪽이 오스칼두나 국제회의장. 사진 빌바오리아2000 제공
[공동화 현상을 넘어 도심 르네상스]
⑥스페인 빌바오·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홍수 뒤 재생사업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
중세 성당을 공연장, 학교를 창작촌 활용
한해 100만명 방문 수입증대 2000억 효과

빌바오는 스페인 대서양 연안 바스크 지방에 있는 인구 35만명의 항구도시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철강·조선업으로 호황을 누렸지만 1980년대 들어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세계적 제조업 침체와 바스크 분리주의 운동이 그림자를 드리운 탓이었다. 1983년에는 700여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대홍수로 시름이 더 깊어졌다. 네르비온강이 넘쳐 수변의 도심지는 폐허로 전락했고, 산업활동이 멈춰 주민 8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률은 25%까지 치솟았다.

빌바오는 이런 시련을 넘어 불과 20여년 만에 매력 있는 문화도시를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극적인 반전은 ‘발상의 전환’과 ‘민관의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대홍수 이후 좌절했던 주민들은 범람한 네르비온 강안의 도심지 카스코 비에호를 재건하는 사업부터 시작했다. 홍수 2년 뒤인 85년 법률가 건축가 등 민간 전문가 15명으로 빌바오 도시재생협회(SURBISA)를 창립했다. 이 단체는 도심에 역사보존 구역을 설정하고, 이 구역 안의 건물들을 복원하는 기능을 했다. 도심의 재생을 위해 주민과 협의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등 사실상 준행정기구로 활동했다. 건물주들도 개축비의 20~60%를 지원받는 대신 경관 지침을 지키고, 차량 규제를 따르며 협력해왔다.

마르타 이베라비아 이 단체 사무총장은 “애초 홍수 피해를 복구하면서 시작했던 일들이 문화자원의 복원과 활용으로 점차 확대됐다”며 “17세기 성당을 공연장, 학교를 창작촌으로 활용해 도심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소개했다.

1997년 문을 열면서 빌바오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구겐하임 미술관은 이듬해 예상을 깨고 관람객 136만명을 동원하는 폭발적 인기를 모았다. 안관옥 기자
1997년 문을 열면서 빌바오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구겐하임 미술관은 이듬해 예상을 깨고 관람객 136만명을 동원하는 폭발적 인기를 모았다. 안관옥 기자
이런 활동은 방치됐던 항만시설과 산업지대를 비롯해 도시 전역의 재생사업을 촉발했다. 빌바오 시는 87년 재생을 위한 첫번째 도시기본계획을 내놓았다. 이어 연구와 토론 끝에 문화를 통한 재생전략을 세웠다. 이 전략은 철강·조선 등 전통적 산업기반에 연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도시재생의 양대 견인차는 민간 전문가 협의체인 메트로폴리30과 비영리 공기업인 빌바오리아2000이었다. 메트로폴리30은 89년부터 은행·행정·기업 등 각계 대표 120여명이 참여해 재생안을 짜고 이견을 조정했다.


항만·철도 등 방치된 산업지대를 공공기관에서 무료로 넘겨받아 개발한 뒤 이익을 다른 구역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펼쳤다. 이에 따라 하역장과 조선소에서 문화지대로 변모한 아반도이바라, 철도역 주변을 주택지로 바꾼 이메촐라, 항만시설을 체육공원으로 개조한 바라칼도 등지가 잇따라 개발되면서 도시의 면모가 달라졌다.

이 과정에서 빌바오 시는 과감한 투자를 거듭했다. 91년에는 건설비 1억달러를 내놓겠다며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했다. 예산낭비와 문화종속이라는 반대에도 파격적인 조건으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따돌렸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한테 구겐하임 미술관, 시저 펠리한테 네르비온강 수변, 노먼 포스터한테 전체 지하철역사의 설계를 맡기는 데 막대한 비용을 대기도 했다.

특히 구겐하임 미술관은 97년 문을 열자마자 빌바오의 상징물로 떠오르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한 해 방문객이 예상치인 35만명을 넘어 100만명을 돌파했다. 미술관 하나가 한 해 빌바오에 미치는 경제 효과만도 수입증대 2000억원, 고용유지 4000여명 등으로 추정된다.

시민 알바 비아얀은 “도시재생으로 우중충했던 공업도시가 문화도시로 바뀐 게 가장 큰 변화”라며 “앞으로 철도·공항·항만 체계를 정비해 나가면 휴식과 충전을 바라는 방문객이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빌바오/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검찰, 윤석열 ‘조사 없이’ 내란죄 수사 일단락…앞당겨진 재판 시계 1.

검찰, 윤석열 ‘조사 없이’ 내란죄 수사 일단락…앞당겨진 재판 시계

법원, 윤석열 구속 연장 재신청 ‘불허’…오늘 구속기소 전망 2.

법원, 윤석열 구속 연장 재신청 ‘불허’…오늘 구속기소 전망

[영상] 폭동에 맞서 각양각색 깃발 쥔 시민들 “윤석열 퇴진하라” 3.

[영상] 폭동에 맞서 각양각색 깃발 쥔 시민들 “윤석열 퇴진하라”

‘내란 나비’ 김흥국, 무면허 운전 벌금 100만원…음주·뺑소니 전력 4.

‘내란 나비’ 김흥국, 무면허 운전 벌금 100만원…음주·뺑소니 전력

[단독] 서부지법, 윤석열 구속심사 전 경찰에 ‘보호요청’ 했었다 5.

[단독] 서부지법, 윤석열 구속심사 전 경찰에 ‘보호요청’ 했었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