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단독] 지하철역 1인 역무…승객 구할 ‘선원’조차 없다

등록 2014-05-07 01:41수정 2014-05-21 17:22

서울도시철도의 야간 ‘나홀로 근무’ 발생 역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우리 주변의 ‘세월호’-① 철도·지하철
비용을 줄여 이익을 더 내기 위해 사람의 안전을 뒷전으로 밀어내는 정부와 기업의 탐욕이 세월호 참사를 불렀다. 여객선 운항과 관련한 안전장치의 부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서울 지하철 추돌사고까지 일어났다. <한겨레>는 대형 인명 피해를 부를 수 있는 각종 교통·생활·산업시설에는 세월호와 같은 문제가 없는지 긴급 점검에 나섰다. 첫째로 철도·지하철을 살펴봤다.

만약 지하철역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역무원은 단 5분 안에 다음과 같은 20여가지의 초동조처를 하도록 매뉴얼에 적혀 있다.

‘상황 파악 및 현장 출동(양압식 공기호흡기 착용, 랜턴·휴대전화 소지)→정확한 화재발생 위치를 종합관제센터·119·112에 신고→환승역일 경우 해당 역에 통보→소화기와 소화전을 이용해 초기 진화(승강장 화재로 소화전 이용 시 선로 단전 여부 확인)→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운행정지 상태 및 위치 확인(CCTV)→시민 유도 안내 및 구호조치(스크린도어 개방·파쇄 및 열차 출입문 비상코크 조치)→비상게이트 개방 및 게이트 비상모드 전환(개방)→터널 대피 시 대피 유도(이동식 피난계단 설치)→유도 안내(랜턴·발광유도봉 지참)→제연설비 가동 확인 및 수막차단벽 가동(필요시)→시민 및 환승시민 역사 진입 통제→자체 안내방송 실시.’

157곳 중 32곳 혼자 야근
‘화재 때 초동 대처 20여개’
매뉴얼 있지만 실현 불가능

KTX도 비상 시 모든 대처는
열차팀장이 떠맡게 돼 있어
파견 신분 승무원은 간여 못해

그런데 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서울 지하철 5~8호선 157개 역 가운데 32개 역에서는 저녁~새벽 시간에 역무원 1명만 근무하는 때가 많다. 이 모든 초동조처를 혼자서 하라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매뉴얼’이다. 황우진 도시철도노조 광화문지부장은 “양압식 공기호흡기를 착용하는 데만 5분 넘게 걸린다”고 말했다. 이들 역에서 1인 역무는 한달 평균 적게는 5일, 많게는 15일 이상인 것으로 도시철도노조는 추산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때 승객 안전의 1차 책임자인 선원들이 임무를 방기한 탓에 희생자가 커졌다면, 지하철의 경우 아예 위기상황에서 승객을 구할 ‘선원’조차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한겨레>가 철도·지하철의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해본 결과, 시설 노후화, 정비인력 축소 등과 함께 이러한 비상시 대응인력 부실 문제가 도드라졌다. 오세훈 시장 재임 때인 2010년 7월 도시철도공사가 구조조정을 통해 상대적으로 이용 승객이 적다고 판단한 역의 역무인원을 감축한 뒤 불거지기 시작한 1인 역무 문제는, 7명의 기관사를 자살로 몰고 간 1인 승무(운행)와 함께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을 도외시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에 대해 도시철도공사 쪽은 “1인 근무가 발생하는 역은 노조 쪽 추산보다 적다. 또 인근 역에서 지원을 나가는 등 1인 근무를 최소화하고 있다. 유사시에는 공익근무요원도 있기 때문에 사고 신고나 수습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고 밝혔다. 권오훈 도시철도노조 역무본부장은 “위급 상황에서 역의 안전을 최종 책임지는 건 역무원인데 공익근무요원과 함께 대응을 하면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8개 역을 민간에 위탁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오윤식 서울지하철노조 역무지부장은 “각종 사고와 운행 장애 등이 벌어질 경우 ‘관제센터-기관사-역무원’ 사이의 유기적 대응이 중요한데 전문성이 결여된 위탁 역무원들이 과연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서울메트로의 민간위탁 확대 계획은 박원순 시장 이후 전면 중단된 상태지만 기존의 위탁 역사는 그대로 운영중이다.

위기대응 인력에 대한 무관심은 케이티엑스(KTX)에서도 드러난다. 18량짜리 고속철도에는 기관사(기장)와 열차팀장(여객전무), 여객승무원 2명과 판매승무원 1~2명이 함께 탄다. 비상시 승객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이들이다. 하지만 안전 책임은 전적으로 코레일 소속인 기관사와 여객전무가 떠맡고 있다. 코레일관광개발 소속으로 형식상 코레일에 파견된 신분인 여객승무원과 판매승무원은 안전 업무에 간여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가 입수한 코레일관광개발 승무본부의 ‘비상시 대응 업무매뉴얼’(2012년 10월16일)을 보면, “열차 화재, 차량 또는 선로 고장 등 이례적인 상황 시 신속·정확한 상황 파악을 통하여 적절한 안내방송을 시행하여 고객의 불안과 불편을 최소화하는 인적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당사 승무원의 주 임무는 정확한 상황 파악 및 안전하고 적절한 고객 안내”라고 적혀 있다.

지난해 8월 말 대구역에서 발생한 무궁화호-고속철도 3중 추돌사고 이후 개정된 최신 매뉴얼(2013년 9월25일)에 나오는 ‘업무 분장’ 내용도 마찬가지다. 열차 탈선이나 화재 등 비상상황에서도 승무원들은 열차팀장과 협의 뒤 승객들의 동요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한 안내방송만 하도록 돼 있다. 반면 열차팀장은 ‘초기 신속대응, 인명 보호, 기관사와 협의, 전원 차단, 열차 방호, 상황 속보, 승객 대피’ 등 모든 안전 관련 업무를 도맡아야 한다.

코레일관광개발은 승무원에 대한 안전교육도 전혀 실시하지 않고 있다. 앞서 철도노조(위원장 김명환)는 지난 2월27일 안전교육 미실시 등을 문제삼아 코레일관광개발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오승훈 정인환 기자 vi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내란의 밤, 불난 120·112…시민들 “전기 끊나” “피난 가야 하나” 1.

내란의 밤, 불난 120·112…시민들 “전기 끊나” “피난 가야 하나”

“탄핵 어묵 먹고 가세요” 무너진 법치, 밥심으로 일으킨다 2.

“탄핵 어묵 먹고 가세요” 무너진 법치, 밥심으로 일으킨다

명절로 자리잡은 지 40년 안 된 ‘설날’…일제·독재에 맞선 수난 역사 3.

명절로 자리잡은 지 40년 안 된 ‘설날’…일제·독재에 맞선 수난 역사

윤석열 재판 최대 쟁점은 ‘그날의 지시’…수사 적법성도 다툴 듯 4.

윤석열 재판 최대 쟁점은 ‘그날의 지시’…수사 적법성도 다툴 듯

전도사 “빨갱이 잡으러 법원 침투”…‘전광훈 영향’ 광폭 수사 5.

전도사 “빨갱이 잡으러 법원 침투”…‘전광훈 영향’ 광폭 수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