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50) 신부
‘교황 마스크’ 쓴 환영 동영상 보고
교황 “난 내 얼굴 선물한 것” 농담
지원스님 주선으로 성사
교황 “난 내 얼굴 선물한 것” 농담
지원스님 주선으로 성사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을 방문한 최종수(50) 신부를 면담했다. 최 신부는 전북 진안군에 ‘만나 생태마을’이라는 가톨릭 농민 공동체를 만들어 인근 농민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최 신부는 자신이 주임신부로 있는 전주교구 진안성당 부귀공소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교황의 방한을 환영하는 동영상 ‘파파 프란치스코’를 만든 인연으로 교황을 만나게 됐다. 동영상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귀공소를 방문하자 신자들이 ‘프란치스코 파파, 우리 사랑’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환영하는 내용이다. 최 신부가 하얀 여름수단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가짜’ 프란치스코 교황을 연기했다.
최 신부는 “20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정제천 신부님이 통역을 하신다기에 교황님이 동영상을 보시면 좋을 것 같아 정 신부님께 보내드렸다”고 했다. 최 신부는 정 신부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에서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일을 하는 사람은 농부다. 밀농사 짓는 농부가 없으면 성체를 축성할 수 없다. 포도농사 짓는 농부가 없으면 성혈도 축성할 수 없다. 공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하루 종일 고추 따고 밭에서 일하고 밤에 모여 연습했다. 교황님이 꼭 보셨으면 좋겠다”고 썼다. 동영상을 본 교황은 정 신부를 통해 ‘깊이 동감합니다!’(Muy simpatico!)라며 좋아했고, 최 신부에게 자신을 위해서 기도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그는 “모든 것을 다 포용해주실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분이셨다.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교황님을 생각한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교황은 실제 이날 오전 최 신부에게 동영상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최 신부는 “제가 책과 시디(CD)를 선물로 드리자 ‘나는 내 얼굴을 당신에게 선물했습니다’라고 유머러스하게 대답하셔서 같이 있던 사람들이 한바탕 웃었다”고 했다.
교황과의 면담은 최 신부와 막역한 사이인 조계종 보련산 주지 지원(61) 스님의 노력으로 성사됐다. 지원 스님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낮은 곳으로 임하는 모습에 마음의 스승으로 삼고 꼭 뵙고 싶었다. 최 신부는 교황을 뵐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내가 동영상을 보고 정 신부의 연락처를 얻어 간절히 부탁하는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면담에는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교황과 나>라는 책을 쓴 신학자 김근수(54)씨도 함께했다. 김씨는 “한달 전에 보낸 내 편지에 대해 ‘편지 잘 읽었다. 당신이 하는 일을 지지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글·사진 진명선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