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진영·박리세윤씨.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짬] 청년 대안매체 운영하는 박진영·박리세윤씨
졸업유예자·고졸 등 20대 넷 모여
“빠른 편집·유머로 튀는 영상 제공” 대표 박씨, 취업 대신 매체 실험
“청년, 정치 연결해 세상 바꾸고파”
누구나 콘텐츠 올리는 플랫폼 ‘목표’ 이름이 다소 난해(?)한 이 매체의 개설 목표는 이렇게 씌어 있다. ‘“왜?”라는 질문을 잃은 청춘들, 이들로부터 “왜?”라는 질문을 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20대가 알아야 하는 정보를 그들의 목소리로 담아내 그들의 언어로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청춘이 발아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했다. 운영진 넷 가운데 셋은 대학 졸업유예자다. 연세대 국문학과 11학번인 박 대표는 졸업까지 두 학기 남았다. 동영상의 그 청년 구현모씨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11학번으로 졸업까지 한 학기 남았다. 박리세윤씨는 게임과 디자인 관련 실업계고를 졸업한 뒤 사회로 직행했다. 청춘씨:발아는 이들의 두번째 매체다. 박 대표는 2014년 8월 구씨 등 친구 둘과 함께 인터넷 청년 대안매체 <미스핏츠>(misfits, 부적응자란 뜻)를 만들었다. “기성 언론들이 20대를 너무 쉽게 본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사안을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고 자극적인 기사만 넘쳤죠. 신문이 공들인 깊이 있는 콘텐츠는 페북 뉴스피드에서 맥락이 거세되고 잘린 채 유통되고 있었죠.”(박 대표) 뉴스 소비가 모바일로 넘어가는 흐름에서 10대와 20대가 볼 수 있는 뉴스가 없다는 판단이 그들이 직접 뉴스 플랫폼을 구축하도록 했다는 얘기다. 미스핏츠는 20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의제를 그들의 눈높이로 쉽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 장자연씨 사건을 재구성하거나 대학 시간강사 문제를 다룬 카드뉴스는 수만건의 조회로 이어졌다. ‘정규직 과보호로 기업들이 인력을 뽑지 못하고 있다’는 최경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비판한 ‘최씨 아저씨에게 보낸 협박편지’도 주목을 받았다. 박 대표가 1년 만에 미스핏츠를 떠나 새 매체를 꾸린 것은 파격적인 콘텐츠 실험을 해보고 싶어서다. 이미 대안매체로서 자리를 잡은 미스핏츠에선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청춘씨:발아 페이지는 대부분 짧은 동영상으로 채워진다. 20대의 인터뷰 영상이 빠른 편집과 유머 요소와 맞물려 페북의 뉴스피드에서 자동 재생된다. “‘10초 안에 보는 취준생의 하루’나 패러디 영상처럼 자극적이면서 짧은 영상 중심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박 대표) 이들은 20대를 정치에 접속시키려는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유효한 수단은 동영상이라고 했다. “3일 올린 총선 영상은 애초 정방형 화면인데 양옆을 흐리는 형식의 변화로 세로 영상이 됐죠. 이런 작은 변화가 반응에서 큰 차이를 만듭니다.”(박리세윤) “실험이어서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하죠. 총선 영상은 3일에 15분 동안 찍었어요. 개강 뒤에 과 뒤풀이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과 동기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설정을 했죠.”(박 대표) 청춘씨:발아는 개설 뒤 청년 일자리와 대학 입시 문제에 초점을 맞췄고 지금은 비수도권·고졸·비정규직 청년이 겪는 차별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언론의 청년에 대한 관심이 주로 수도권 대졸자에게 맞춰져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박리세윤씨는 최근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을 취재했다. “저와 같은 고졸은 대학 등록금 이슈에 관심이 없어요.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을 만나 보니 ‘살면서 불편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대학 진학을 희망하더군요.” 박 대표는 미스핏츠를 시작할 때만 해도 언론사 취직이 꿈이었지만 지금은 접었다고 했다. “정치를 혐오하거나 외면하는 20대를 정치와 연결하고 싶어요.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20대를 투표장에 끌어오는 것이죠. 언론이 이런 역할을 해낼 때 자동으로 권력 감시와 좋은 정책 수립으로 이어지겠죠.” 총선 동영상에 ‘총선 꿀팁’이란 타이틀을 일부러 붙인다. 이런 가벼운 접근이 전달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좋아요’가 2만을 넘는 어엿한 매체지만 아직 수익은 없다. 목표를 물었다. “영상 콘텐츠 생산자들이 직접 편집까지 해서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그런 플랫폼으로 키우고 싶어요. 게임을 할 때처럼 운영진이 만든 설명서를 읽고 바로 영상을 올리는 것이죠.”(박 대표) 지금도 상당수 콘텐츠는 운영진의 부탁으로 지역 청년들이 촬영한 영상을 박 대표 등이 편집해 올린 것이다. ‘23개월 촉탁계약직으로 일하면서 15번 계약서를 쓴’ 박점환씨 인터뷰도 그런 경우다. 정규직 취업에 대한 미련은? “운영진 상황이 다 다릅니다. 저는 같이 가자고 설득하는 편입니다. 직접 매체를 만들면서 ‘여기가 비어 있다.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20대의 보수성’이 화제에 오르자 박 대표는 ‘배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공부 잘하면 어른들에게 칭찬을 받았죠. 그래서 열심히 해서 대학 갔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이런 배신의 경험이 쌓이면서 이상적 이야기나 삶의 존엄성을 말하는 진보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고졸 디자이너에게 야근은 당연한 것이고 퇴근시간은 늘 유동적입니다. 근무환경이 너무 힘들어요. 이런 문제를 알아주는 데가 없어요. 여기서 오는 불신이 크지요.”(박리세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팟캐스트 디스팩트#17 : 2030, 베니건스 아닌 애슐리에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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