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훈 청년하다 대표
대학생-청년 공동행동 릴레이 인터뷰 ④
20대 총선, 청년이 말한다
유지훈 청년하다 대표
20대 총선, 청년이 말한다
유지훈 청년하다 대표
“주거 빈곤, 결혼·연애 포기, 빚으로 돌아온 대학 등록금… 청년들이 일자리를 못 구해 소득이 없다 보니 심화되는 문제들이에요. 취업난이 만악의 근원인 거죠.” 취준생(취업준비생)의 얇은 지갑은 낮은 삶의 질로 연결된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청년하다’ 사무실에서 만난 유지훈(34) 청년하다 대표는 모든 청년 문제가 청년 실업에서 파생된다고 말했다. 청년하다는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2월 만들어진 청년·대학생 시민단체다.
20~30대 청년층의 가계소득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가구주의 나이가 39살 이하인 2인 이상 가구의 지난해 월평균 소득은 431만6000원으로 전년보다 0.6% 줄었다. 소득이 줄어든 유일한 연령대다. 취업난이 심해져 구직 기간이 길어지고, 설사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저소득 일자리에 머무는 현실이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유 대표는 지난해 여름 청년하다 활동 중 만난 한 청년의 사례를 들려줬다. “취업해서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데, 몇 년째 취준생 신세다 보니 빚을 못 갚아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대요. 그런데 알바를 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기가 힘들거든요. 취업에 또 낙방하는 거죠. 취업을 못 하니 소득이 없어 빚이 생기고…. 결혼은 물론 연애도 엄두를 못 내는 거예요.”
지난해 청년(15~29살) 실업률은 9.2%로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인 데 이어, 올해 1월 9.5%로 다시 한 번 치솟았다.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구직 중인 취준생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청년 실업률이 10%를 훌쩍 넘어 20%에 육박하리라는 추정까지 나온다.
“청년에 투자하는게 장기적으로 기업에 이익”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최근 비정규직 노동시장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 근로자로 신규 채용된 청년층(15~29살)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은 64%(지난해 8월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이 연봉 1억원짜리 일자리를 바라는 게 아니잖아요. 안정적이고, 미래를 꿈꾸는 게 가능한 정도의 임금을 받는 일자리를 원하는 거죠. 그런데 정부가 만들었다는 일자리가 그런 일자리인가요? 파트타임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 등 거기에 진짜 청년들이 찾는 일자리가 있나요? 일자리 20만개, 30만개를 창출한다고 하는데 그런 숫자는 그냥 신기루에 불과한 거죠.”
청년하다가 참여한 ‘대학생·청년 공동행동 네트워크’는 30대 대기업이 갖고 있는 사내유보금에 ‘청년고용세’를 물리자는 대안을 제시한다. 신규 고용을 창출하지 않는 대기업에 이런 과세를 해, 고용창출 유인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렇게 걷힌 세금으로 정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면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들의 임금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다. “경제가 어렵다면 다 같이 어려워야 하는데 기업을 보면 아니거든요. ‘공산주의 하자는 거냐’고 비판하는데, 기업에서 돈을 뺏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기업이 1~2년 장사하는 게 아니잖아요. 청년에 투자하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업에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요?”
유 대표는 모든 청년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청년 일자리 마련에 있다고 말한다. “청년실업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는 것은 거꾸로 말해 모든 문제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거죠. 정부에서 말하는 모든 정책이 기승전‘청년’으로 끝나는데요, 실제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뭔지 귀 기울였으면 해요.”
글·사진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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