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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데모 열심히 했더니 건강도 좋아지고 삶이 바뀝니다”

등록 2016-03-17 18:58

왼쪽부터 양종길씨, 이은탁씨.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A href="mailto:woo@hani.co.kr">woo@hani.co.kr</A>
왼쪽부터 양종길씨, 이은탁씨.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짬] 데모당 출근길 아침시위 1돌 이은탁·양종길씨
“높으신 분들이 왜 호텔에서 조찬 모임을 하는지 알 듯도 해요.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듯 나가는 게 여러가지로 효율적이더라구요. 전날 저녁 술자리도 자제를 하게 되니 건강에도 좋고…이제는 몸에 입력됐는지 휴일에도 시간만 되면 눈이 떠집니다.”

지난 16일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출구에서 출근길 1시간씩 팻말시위를 해온 지 1돌을 맞은 데모당 당수 이은탁(49)씨와 ‘자칭 대변인’ 양종길(45)씨는 강령 그대로 ‘데모의 일상화’를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3월16일 시작한 신림역 아침시위는 ‘주5일 근무제’ 취지에 따라 평일에만 진행해 1년동안 248회를 기록했다. 이 당수를 비롯한 네 사람은 붙박이로 매일 참여해왔는데, 이를 계기로 인연을 맺은 중년의 남녀 당원 ‘최·고 커플’은 오는 26일 결혼식을 올린다.

“데모를 열심히 하면 삶이 바뀐다는 ‘창당 취지’를 실증하는 사례 아닙니까? 하하하….”

지난해 3월16일 시작한 신림역 아침시위는 ‘주5일 근무제’ 취지에 따라 평일에만 진행해 1년동안 248회를 기록했다.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A href="mailto:woo@hani.co.kr">woo@hani.co.kr</A>
지난해 3월16일 시작한 신림역 아침시위는 ‘주5일 근무제’ 취지에 따라 평일에만 진행해 1년동안 248회를 기록했다.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16일로 신림역 아침 시위 248회
‘데모의 일상화’ 취지 맞춰 주5회씩
붙박이 참여당원 중 2명 ‘결혼’ 인연

2013년 7월 페이스북 기반 ‘창당’
‘정당 착각’ 의문에 선관위 “문제없다”
당원 800여명·소식지 ‘짱돌’도 발행

데모당은 2013년 7월 이씨가 첫 깃발을 세웠다. 1986년 대학 새내기 때부터 지금껏 30년 동안 변함없이 시위현장을 지켜와 ‘눈만 뜨면 주구장창 데모만 하는 친구’로 불려온 이씨가 새삼스레 창당까지 한 이유는 뭘까. “집회 문화도 엄숙하고 투쟁적인 80년대식에서 시대에 맞게 진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엽기발랄유쾌’를 추구합니다.”

데모당은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하는 “사상 첫 모바일 정당”을 표방해 당사도, 상근 인력도 없다. 당원 자격도 딱히 없다. 몸이든, 돈(군자금)이든, 시간이든, 형편껏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데모에 참여하면 된다. 밀양 송전탑 장기농성장에서 필요한 장작을 만들어준 ‘땔감데모’를 비롯해 깡통데모, 소음데모, 대자보 백일장, 산행데모, 에스엔에스에서 댓글달기와 퍼나르기 같은 손가락 데모 등등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창조경제 시책에 걸맞게 창의적인 데모 방식을 늘 고민중입니다.”

반대로 이름만 걸어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출당 조처’를 한다. 특히 페이스북에 친구만 맺어 놓은 ‘눈팅족’은 주기적으로 ‘페절’의 대상이 된다. “지난 연말에만 300명 정도 정리했죠.”

이런 특이성 때문에 지난해 5월 <조선일보>는 중앙선관위에 ‘정당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하기도 했다. ‘4·16 1주기 기념행사 때 데모당 깃발과 팻말을 들고 정권 퇴진 시위에 참가해 혼란을 준다’는 이유였다. 선관위는 ‘정당법에는 등록된 정당이 아니면 명칭에 정당임을 표시하는 문자를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지만, 데모당의 이름을 금지시킬 근거는 되지 못한다’ ‘선거 때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고 시위에만 참여하고 있어, 일반인들이 정당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없다’고 해석했다. “덕분에 데모당에 대한 오해도 많이 풀렸고 홍보도 됐죠.”

실제로 데모당은 창당 초기 ‘데모’라는 용어에 대한 선입견과 거부감 등으로, 집회 현장에서 외면을 당하기도 했고 당기를 빼앗기는 수난도 겪었다. 하지만 2년 반 넘게 사실상 하루도 빠짐없이 연대와 격려가 필요한 집회 현장에 출동해오면서 당원도 크게 늘고 당세도 꾸준히 확장되고 있단다. “3~4명이던 당원이 800명을 넘었구요, 시위 주제인 팻말의 종류도 8개로 늘었어요. 당기 출동 제안도 많이 들어오고 현장에 가면 발언 요청도 해옵니다.”

매주 월요일 페북에 공지되는 ‘주간 당기출동 안내’만 봐도 당세를 실감할 수 있다. 이번주에만 ‘공무원노조 4차 규탄집회,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콜트콜텍 집회, 공무원노조 5차 규탄집회, 하이디스 집회, 세종호텔 집회, 티브로드 집회, 기아차 고공농성 집회’ 등으로 하루도 비는 날이 없다.

특히 “세계 최초 데모당 신문”을 자처하는 소식지 <짱돌>도 발행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주간 단위로 28호까지 나왔다. A4 용지 한장짜리로 양면에 가득 ‘언론에 나오지 않은 집회 현장 소식’을 전하고 있다. 광주지역에서는 인쇄 후원을 받아 3천부씩 찍고 있을 정도다. 아침 팻말 시위의 효과를 높이고자 나눠주던 유인물에서 출발한 ‘짱돌’의 제호는 홍세화 노동당 고문의 작품이다. 지난해 7월 출간한 이 당수의 자전 에세이 <불온한 상상>을 두고 홍 고문은 “세상에 던지는 짱돌, 많은 사람들이 이 경쾌한 짱돌의 맛을 즐기라고 권한다”고 썼다. “그동안 가독성을 살리고자 컬러로 인쇄해왔는데 인쇄비 조달이 여의치 않아 고민중입니다. 테러방지법 시대에 대응할 데모앱 개발도 시급하구요.”

현재 데모당의 과제는 40~50대 중심인 당원의 평균 연령을 낮추는 것이다. “중학생 당원도 있긴 합니다만, 당의 미래를 위해서는 20~30대 청년 당원들이 중요하니까요. 뒤풀이비 면제, 현장 출동 교통비 지원, 30년 근속 데모연금 지급 등 혜택을 고안중입니다.”

현재 당수 이씨는 자의반 타의반 ‘실직’ 상태이고, 양씨는 ‘공무원노조 부당해고 투쟁중’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표정엔 웃음과 낙관의 여유가 넘친다. “연대의 힘을 믿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데모당은 정년도 해고도 없는 평생직장이니까요.”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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