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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둘째가 온 뒤로 밥상이 부실해졌다

등록 2017-04-14 19:48수정 2017-04-14 19:55

[토요판] 박현철의 아직 안 키우냥
(4) 집사의 ‘마음고생, 몸고생’
한집에 살게 된 두 냥이들은 3일째가 되자 서로 으르렁대는 걸 멈췄다.
한집에 살게 된 두 냥이들은 3일째가 되자 서로 으르렁대는 걸 멈췄다.

냥바냥.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의 고양이 버전이다. 고양이 습성이 이렇다 저렇다 하지만 고양이에 따라 일반적 특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그래서 키우기 전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잘 모른다는 말이기도 하다.

고양이는 혼자 잘 놀고 차분하다는 믿음은 라미를 만나 산산이 부서졌는데, 둘째로 온 보들이는 또 달랐다. 자랑 같지만, 일단 얘는 너무 순했다. 안아 올리면 꼼짝도 하지 않고 마치 ‘래그돌’(안아 올리면 가만히 있는 게 마치 봉제인형(ragdoll) 같다고 해 붙여진 고양이 품종) 같았다. 잠잘 때를 빼면, 5초 이상 가만히 있질 못하는 라미한테선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는 반응이었다. 라미와 달리 겁이 많아 만지려고 하면 뒷걸음질쳤지만, 일단 손이 닿으면 마루가 울릴 만큼 큰 소리로 그르렁대며 ‘골골송’을 불렀다.

발톱을 깎아도 가만히 쳐다보고, 약을 먹이려 얼굴을 붙들어도 발톱 한번 세우지 않았다. 라미는 잠에 잔뜩 취해 있어야 겨우 발톱을 깎을 수 있었는데. 그것도 한번에 하나씩.

자연스레 퇴근 뒤 소파에 앉은 내 무릎은 보들이의 차지가 되었다. 라미는 보들이가 오기 직전쯤부터 전과 달리 무릎에서 잠드는 시간이 줄고 있었다. 그러던 게, 보들이가 오고 나서부턴 멀찍이 앉아 나와 보들이를 지켜보는 시간이 늘어갔다. 어린 고양이는 달마다 성격이 조금씩 바뀐다던데, 그러려니 하면서도 아쉽기도 하고 또 미안하기도 했다.

둘은 밥 먹는 스타일도 달랐다. 한달 먼저 태어났지만 첫째 라미는 둘째 보들이보다 한번에 먹는 양이 적었다. 먹고 쉬었다 또 먹기를 여러번 반복해야 한끼 식사를 끝내는 라미와 달리 상대적으로 퉁퉁한 보들인 두어번에 한끼 식사를 끝냈다. 사료를 주면 라미는 후다닥 한 ‘타임’을 먹고 빠졌다가 멍도 때리고 거실도 한바퀴 돈 뒤에 다시 먹는데, 보들인 그 시간 동안 계속 먹었다.

“한입만 줘! 한입만!”
“한입만 줘! 한입만!”
사료를 한가득 쌓아두는 ‘자율급식’이라면 상관이 없겠으나, 습관적으로 먹고 싸는 걸 반복하는 듯해 보들이가 온 뒤부턴 제한급식으로 바꾼 상태였다. 그러니 늘 보들이보다 라미가 적게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선배 집사들이 둘째를 들이면 무조건 첫째부터 챙기라고 그랬나보다 싶었다. 말 그대로 ‘냥바냥’이라, 둘째가 들어온다고 모든 첫째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닐 텐데, 라미는 활동량이 많아 살이 잘 안 찌는 것일 텐데. 그런 것들을 다 떠나 혼자 독차지할 수 있었던 관심을 나눠주려니 짠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보들인 나날이 우량해졌고 라미는 나날이 날씬해졌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집사의 몫이 되었다. 정작 제대로 먹지도 않으면서, 호기심 넘치는 참견쟁이 라미의 음식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늘어갔다. 밥상 위에 여러가지 반찬을 두고 밥을 먹는 게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국에 말아 먹고, 3분카레에 비벼 먹고. 그 와중에 뿜어댄 보들이 털에 비벼 먹고. 그걸 또 맛보겠다고 라미는 접시에 올라타고…. 느긋하고 배부른 보들인 이 광경을 고소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서대문 박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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